2015.11.26.

지레겁먹기

 

수십년째 하고싶은 것이 너무 많다.

그럼에도 제대로 해낸 것은 손에 꼽을 정도이다, 아니 사실상 해낸 것이 없다.

공적인 일, 사적인 일 모두 통합하여

모든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거기에는 단 하나의 이유가 자리하고 있다.

 

지레 겁먹기.

그리고 마침내 포기하기.

 

막상 시작 단계에서는 뭐든 다 잘 될 것만 같았다.

그렇게 의욕적으로 조금은 과하게 앞서가다보면

갑자기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든다.

나는... 지금... 뭐하는... 짓인가...

 

회사 업무 중에도 그런 경우가 많았던 것 같다.

기본적인 성향 탓에,

나름 꼼꼼하고 성실하게 업무를 해나가다가

성과를 인정받고는 어느 시점에서 다소 중책의 업무,

어느 정도 긴 호흡으로 지속적인 관리가 필요한 프로젝트가 나를 중심으로 꾸려지고 시작되면

나는 그 순간부터 이직을 결심하게 되고 마음이 떠나게 된다.

갑자기 나를 옭아매는 듯한 욱죄이는 느낌이 강하게 들수록 뒷걸음질 치게 된다.

 

현재 하고 있는 일보다 조금 더 난이도가 높은,

그리고 내가 정말 잘해내면 정말 큰 성과가 될 그런 일들은

웬지 내가 해낼 수 없을 것 같다고 지레 겁먹고 미리 판단해버리는 편이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업종에서 가장 잘 맞는 직무를 해오다가

타업종, 다른 직무로 이직을 했을 때 느껴지는 생소함이

자연스럽게 적응해나가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도 같다.

하지만,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 ? bullshit !

 

 

과연...

그냥 기존에 내가 하던 일을

원래 하던대로,

해오던 패턴대로,

죽을 때까지 이직없이

그냥 좀 하면 안되는 것일까.

 

어느 정도의 트레이닝 기간을 거쳐야

내가 스스로를 할 수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일로서 승화, 업그레이드 시킬 수 있는 것일까.

 

인간들마다 모두 다르겠지만,

어떤 이는 늘 변화를 추구하고 앞서가려 하고,

어떤 이는 꾸준히 지속되기를 희망한다.

나는 초년생 시절 늘 변화를 추구하며 앞서갔던 것도 같다.

그러나, 업종이라는 것은 내 직업 선택에 있어서 절대적인 우위를 차지하는 것 같다.

때문에, 100% 자의라 할 수 없는 너무 다른 큰 변화를 준 순간

이제는 그냥 이렇게 꾸준히 지속되기를 희망하고 있다.

 

어쩌면 매해 늘어나는 나잇살 덕분일 수도 있다.

나이들어감이 주는

내 속의 나 자신과 대외적인/외관적인 나 사이의 이질감이

나를 더이상 '나'이지 못하게

오히려 옭아매고 있는 변수일 수도 있다.

 

지금도 잠시 그러한 과도기라 믿고싶다.

아직 우울증은 아닐 것이다.

아무래도 불확실한 상황들이 점점 실체를 드러내서일 것이다.

그리하여, 조만간 어찌어찌해야 함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렴풋한 두려움이

지금의 나를 지레 겁먹게 하고

더이상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주저주저하게 만들고 있음을 알기에

더더욱, 그리고 마침내 이번에도 포기하게 되는가.

궁금하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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