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03

Adele 아델 KBS 공사창립기념 특집방송, 뜬금없지만 간만의 충전에 감사...

 

전혀 볼 생각 없던 TV 채널.

평소에 방 TV에는 늘 YTN이 작게 켜있다.
그리고, 실제로 보는 것은 PC를 통한 푹 pooq 온에어.
 
여느때처럼 이어폰을 꽂고 수요일 밤 라스 말미를 귀로 들으며 오늘 다 못한 일을 마무리 하고 있었다.
오늘따라 과한 설정과 지겨운 멘트들에 웬지 지쳐갈 무렵,
켜놓은 TV로부터 라스 멘트 사이사이 이어폰을 뚫고 내 귀를 자극하는
익숙한 사운드의 움직임에 그제서야 정면으로 고개를 들어 계속 켜놓은 화면을 봤다.

그러고보니, 처음으로 정면을 응시했네. 분명 방금 무슨 다큐?시사? 프로그램이 하고 있었던 것 같은데...
KBS였던 것 같은데, 누가 나 없을 때 내 방에 와서 KBS로 돌려놨나...하며
YTN으로 채널을 돌려야지 하면서 리모콘이 어딨나 찾다가 아예 쳐다보지도 않고 까먹었던 바로 그 화면에서.


이런... Adele 아델이 노래를 하고 있었다.

KBS2TV. 뭐지 대체? 놀라움에 빨리 지금 이 시간의 편성표를 찾아 보니
웬 공사창립특집 아델 라이브 인 런던이라니...? 제기랄.
이런건 왜 미리미리 어디서건 알려주지 않고
이렇게 기습적으로 하는 건가 모르겠다.

내가 보기 시작한 것은 자정 넘어 약 18분쯤.
편성표 상으로 00:10~ 부터라고 하니
거의 초반부터 보게 된 것은 정말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평소처럼 YTN을 틀어놨다면 전혀 몰랐을,
그리고 대부분의 남들처럼 실시간 검색어를 보고 뒤늦게 KBS로 돌렸다면
아마 공연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그저 단순한 공연에 그치지 않고 아델의 라이브 무대는 물론,  한 편의 드라마같은 인생을 모두 담은 듯한 구성에 빠져들었다.
위트있고 눈을 뗄 수 없는 매끄러운 진행과 19.21.25 앨범 & Skyfalls에 관한 에피소드나 아델 모창 팬들과의 유쾌한 감동의 변장 몰래카메라,

Rumour Has It을 빗대어 청중들의 궁금증에 대한 진심어린 소통도 좋았고, 오스카 트로피와 사진 찍는 팬들 뒤에서

깜짝쇼로 나타나 놀래키는 장난꾸러기 아델은 전혀 믿을 수 없게도 내가 처음 그녀의 나이를 알았던

21 앨범 발매 당시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여전히 20대이다. 이 어린 친구가 대체 앞으로 얼마나 죽여주는 음악세계를 펼칠 것인가.

상상만해도 오싹한 느낌이다. 윗 세대인 나 자신의 살아온 햇수가 사실은 조금 슬프다는 생각도 살짝 들었다. 그 음악을 다 못 듣고 갈테니.

건강 관리는 좀 했으면 좋겠다. 임진모 아저씨가 전성기 시절의 아레사 프랭클린 같다는 말을 하긴 했지만, 저렇게 young한 친구가

이미 19세~20대 때 너무 큰 실연의 상처로 세상을 향해 직설적으로 시원시원하게 노래하고 큰 성공을 하고 이미 한 아이의 엄마이니,

아델의 삶은 참 빠르게 흘러가고 있는 듯 하다.  이런 삶의 속도, 음악 성장의 속도라면 - 건강에 조금만 신경을 쓰기만 한다면 오래도록 좋은 음악을 들려줄 수 있지 않을까.

담배를 끊고 성대결절 수술을 성공적으로 해서 더 낮은 음과 더 높은 고음을 이전보다 훨씬 더 잘 낼 수 있다며 좋아하는 모습이

정말 영락없는 20대 아가씨의 전형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솔직하고 발랄하고 호탕한데, 음악은 또 전혀 다른 반전의 묘미마저 매력적이다.


 

 

3개 앨범 중 21의 앨범 커버가 가장 익숙하다. 그만큼 많이 들었다. 전세계 누구나 그랬겠지. 그게 벌써 4-5년 전이라니.

정말 좋아하는 앨범은 보통 같은 것을 2장~3장 정도 사던 옛날 버릇의 마지막 기억이 아델의 21 앨범이다.

이베이를 통해 3장을 구매했다. 친구에게 1장을 선물로 줬고 2장을 갖고 있으며 flac과 mp3로 추출해 개인소장으로 듣고 있다.

21 앨범의 특징은, 물론... 당연히... 첫 타이틀 Rolling In The Deep으로부터 CD의 마지막 트랙인 Someone Like You로 귀결되는

전 곡의 놀라운 멜로디와 감성, 그 거친 흡입력이 뿜어내는 허스키하고 파워풀한 보컬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보통 유명한 인기있는 곡 한 두개만 추출해서 반복해 들어오던 내게 전 곡을 full로 돌려들었던 마지막 CD

(물론, 매일매일 전 앨범을 돌려듣는 내 유일한 no.1 아티스트를 제외하고).

 

그 중 특히나 전세계 팝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아델에게는 상처를 딛고 일어서려는 힐링 의지의 날이 선

Someone Like You의 덤덤한 듯 격정적인 감성의 앳띈 흑백 뮤비를 처음 만났을 때의 기억을 잊을 수 없다.

이 참에 오랜만에 다시한번 돌려볼 수 밖에 없다. 오리지널 음원. 오리지널 영상. 오리지널 기억.

모두 지나버린 과거일 뿐. 오늘 한번쯤은 다시 한번 떠올려봐도 좋겠지.

이게 다 게릴라식 뜬금없는 특집 TV 방송 덕분이다. 고마워해야 하나.


 

사실 오늘 공연의 초반부에 불러주었던 Hello의 라이브는 좀더 기대를 했던 것도 같다.
그러나 괜찮다. 실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뭔가 채워지지 않는다면 다시 오리지널 음원을 들으면 된다.

이 특집 방송을 배철수 아저씨와 함께 진행한 임진모 아저씨가 그랬다.

Hello가 담긴 이 깊고 진한 아날로그 감성의 25 앨범은 스트리밍으로 듣지말라고 했다고. 그래서였는지 CD 판매가 무려... 비틀즈보다 빠르다고 언급했다.

 

그러고보니, 아델과 비틀즈를 동시에 홍보해주려나보다.

하필이면 오늘 낮에 문득 네이버 롤링 배너 광고 중 비틀즈 음원 관련 광고를 보고

클릭을 안하려고 노력 & 노력하다가 결국 퇴근 전에 한번 클릭을 해버렸던게 이제야 생각났다.

별 거 없었다. 음원을 풀자마자 아델을 누르고 1위를 했다 뭐 그런 기사들도 봤고, 네이버에서 음원 오픈한 기념으로 이벤트도 하는 듯 했다.

공교롭게도 오늘 이것들을 봤나보다. 지금 이 시간 아델의 라이브 공연을 TV를 통해 볼 것이라는 전조였던 것일까도 모르겠다.

그만큼 항상 들어오던 아티스트 외에 다른 음악은 거의 배제하고 있었으니까 웬지 특별한 시간이라고 혼자 수식해본다.

 

그리하여 어쩌면 이를 계기로 다시 디지털에서 아날로그로 음반시장의 판세도 달라질 수도 있겠다 싶다.

아마도 저 공연장 현장에서 라이브를 직접 보고 들었다면, TV를 통해 본 공연에 대한 왈가왈부와는 느낌이 전혀 달랐을 것 같다.

생생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해 들을 수 있는 라이브 현장이라는 것은 그 어떤 것보다 최상위에 자리하니까.

 

Never mind, I'll find someone like you

벌써 공연 말미, 오늘의 공연 마지막 곡은 역시나, 전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은 Someone Like You.

영국인들도(공연장에는 다양한 국가의 관객들이 있겠지만, Live in London인 만큼) 이 부분 만큼은 함께 소리질러 부른다.

함께 하자고 하니 더더욱 자신있게. 그런데 오리지널과 후렴구 음이 조금 다르게 흘러가는 듯 하다.

이렇게 불러달라고 일부러 앞선 두 번의 Never mind, I'll find someone like you~ 부분을 그렇게 라이브 용으로 다소 다르게 불렀나보다.

그래서 청중들이 그 멜로디를 그대로 잘 따라 함께 부르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혹시 내가 들어왔던 멜로디는 다른 버전이었던가 잠시 의심.

 

 

굿바이... 정말 거진 2년 만에 라이브 공연을 그나마 TV로 넋 놓고 보다가 이렇게 - 끝 -

이거라도...하며 갑자기 사진은 왜 찍었나 모르겠다. 나도 모르게 공연장에 와있다고 착각했을지도 ;;;

Adele Live in London (Nov.2, 2015) 곡 리스트

 

Rolling in the Deep
Hello
Rumour Has It
Skyfall
Make You Feel My Love
(Bob Dylan song, Sketch in which Adele performs as Jenny, song played from tape)
Million Years Ago 
Hometown Glory
When We Were Young
Someone Like You

 

* 2015년 11월 2일: 라이브 공연

* 2015년 11월 20일: TV 방영 titled 'Adele at the BBC'

 

 

사실, 이 jobbing 티스토리에는 음악.영화 얘기는 절대 남기고 싶지 않았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로부터 너무 멀리 왔으니까. 기억하고 싶지 않으니까.

그리고 혹여 기억하고 써내려가기 시작한다면 걷잡을 수 없을 테니까.


 

그리하여, Hello from the other side를 나지막히 되뇌어 본다.

얼마 전까지 repeat1으로 질리도록 들었으나 질리지않았던 그 곡도.

육안으로 언뜻 느끼기에는 Someone Like You로부터 한 20년은 지난 것 같다.

그만큼의 노련한 원숙미가 느껴지는 절절한 아날로그 감성의 결정체.

특히, 후렴구 영상의 오래된 폰부스, 숲속, 호숫가. 거세지는 바람.

온 우주의 기운을 온몸으로 빨아들여 내어던지는 가창의 혼연일체.

오디오가 커버하지 못하는 부분을 영상이 모두 아울러, 마침내 모습을 드러내 준 눈물 한 방울의 기억.

 

Thanks to Adele for showing-up tonight.

And Sorry to Adele that I already have my no.1 favorite music. Please never mind. That musician is also someone like you.

영어 공부나 다시 열심히 해야겠다.

이런 기습적인 자막 방송을 제대로 시청하려면...

요새들어 밤에는 시력이 더 안좋아져서 자막을 제대로 다 읽지 못했다는 사실이 슬프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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