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7.

저렴한 싸구려 인생

 

하루 종일 입이 바싹 말랐다.

최근 3년 여 기간은 내 인생에서 자존감이 가장 바닥에 떨어진 시간들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쿵쾅대는 심장 박동소리에 살아있음을 감사해야 하겠지만,

지나치게 과한 심박 운동 덕분에 원치않는 두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려왔다.

물론 앞으로의 인생에서는 더이상 그 밑으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각오의 전제 하에 말이다.

 

지금 이 순간, 오늘 하루의 일과도 어느 정도 일단락 됐다.

그러고보니...

먹는 것, 입는 것, 보는 것 - 그 어느 것 하나 번듯한 것이 없다.

내 딴에는 내가 좋아하고 내가 아끼는 정든 품목들이요, 즐겨먹고, 찾아입는 것들이건만,

실질적으로 절대적 객관적인 그들의 잣대로 보기에 한없이 부족한가보다.

 

성인이 되어 어느 정도 시기가 지난 후에도,

다소 농담 반/진담 반의 지적질도 한번씩 당해봤으나,

그때마다 나의 개성을 존중해주는 내 편은 항상 있었던 것도 같다.

왜냐하면, 자기자신이 항상 최고요, 자신의 기준에 못미치면 미숙아 무뇌아로 몰아세우는

거칠고 드센 자기 주장 강한 사람들이 늘 어디든 한 명 이상은 있었기 때문이다.

큰 소리 내는 것을 싫어하고 나대거나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는 나로서는,

"조용한데 강하네?"의 이미지로 업무역량이 대부분 일관되어왔는데,

이젠 강하지조차 않은 상태인 것은 이 특이한 업종 탓이겠지.

 

물론, 나도 나이들수록 온화한 미소가 곱고 아름다운 우아한 늙은이가 되고는 싶다만,

나이가 들수록 점점더 저렴한 길거리 분식이 땡기는데 어쩌라고.

나이가 들수록 점점더 가볍게 편하게 덕지덕지 입고 다니는 것이 땡기는데 어쩌라고.

나이가 들수록 예전보다 더 드라마 예능과의 일문일답 심취가 땡기는데 대체 어쩌라고.

 

 

그나마 아침 저녁마다 반강제적으로 마주하는 하늘은,

늘 나의 저렴한 싸구려 인생을 보듬어 주는 것 같긴 하다.

이동하는 이 시간들이 하루 중 유일하게 행복하니까. 한마디로 good enough.

 

그 외의 시간들은 먹고살기위해 고군분투하고, 심장 졸이며 대기하고,

비실대고 굽실대고 그러다 버럭하고 내팽게 치는 하류 인생 속에 나 자신을 잃어버린 지 이미 오래.

나 자신을 되찾기위해 다시 한번 홀로 숨고르기를 하는 중 울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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