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8.
견인차 렉카, 처음 이용

 

어째 오늘 아침, 웬지 기분이 좋았다.

어제 저렴한 싸구려 인생  운운하며
힘들었던 하루를 홀로이 토로하고 떨쳐버리고,
오늘부터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다시 시작을 하려던 터였다.

 

 

평소와는 달리,
좋아하는 음악을 엄청 높은 볼륨 23에 맞추고
내 앞에 답답하게 느려터진 차량을 피해
옆 차선으로 갔다가 다시 내 차선으로 돌아오며
서울 한복판 언덕길을 막 오르고 내리는 순간,
뭔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어디서 시위라도 하는건가, 사고라도 난 건가,
볼륨을 확 내린 순간...
이 사운드는 바깥 소음이 아닌,
바로 내 차 안에서 나는 굉?음?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소음은 아마 일반 식기세척기보다 조금 더 쿵쾅대는 시끄러움이었던 것 같다.

 

 

4차선 도로의 2차선을 달리다가 차량 내부 소음에 놀라
한 블럭 남은 목표지점으로 빨리 이동하기위해 엑셀을 살짝 더 밟는 순간
차가 더 빨리 나가지 않고 멈칫하며

마치 아스팔트 도로에 끈끈이라도 있어서 타이어가 잘 못 나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다.
더 이동하려다가는 혹시 연기라도 날까싶어 다행히 빈 옆 차선을 확인하고

도로 옆에 깜박이를 켜고 시동을 껐다.

(예전에 엔진오일 교환 시기를 한참 넘겼다가 타는 냄새와 연기가 났던 적이 있었다)
그리고 이 상황이 혹시 잠깐 그럴 수도 있는 것이라 생각도 들었고,

혹시나 조금이라도 이동이 가능할까 싶어 다시 시동을 걸어보니

시동 걸리는 괴이한 쿵쾅 소음이 나면서 차가 전체적으로 덜덜거렸다.

더이상의 이동은 그냥 가볍게 포기했다.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 현대해상 자동차보험 담당자에게 바로 전화했는데

연결이 안되었다.(나중에 알고보니 회의 중이었다고)
그냥 바로 신고센터에 전화를 해서 견인신청을 했다.
다행히(? 당연한 것?) 보험으로 견인차 1일 1회 이용은 무료라고 했다.
그리고 늦지않게 견인차 렉카가 왔고,
친절한 아저씨가 설명해주며 근처 하이카 공업센터로 이동했다.


 

내 인생 첫 견인차 탑승이었다.

고장신고 및 견인차 신청 전화를 할 때 접수하는 직원에게,

내 차에 타고 끌려가는 건지 물었더니 다소 황당해하는 것 같았다.

당연히 견인차 조수석에 타는 거라고.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본인 차에 탄 채로 앞이 들려서 가는 경우도 있던데,

그건 그냥 허구였나보다.

 

도착해서는 이젠 시동마저도 걸리지 않았고,

고장 원인과 소음의 주범은 고무 밸브가 마모되어 내부에서 휙휙 쳐대다가

차량 센서를 못쓰게 만들어 생긴 일이라고 했다. 이런 밸브라니,,,

주행킬로수와 상관없이 밸브는 더 오래 탈 수도 마모될 수도 있는 거라 했다.

망할 밸브와 불쌍한 센서 교체 비용은 대략 8만원을 조금 넘었다.

부품가격과 공임비가 거의 비슷했다.

부품 가격 곱하기 2를 하면 되는 건가?보다.

시간은 한 시간 가량 소요된다고 했다.

 

 

거참.... 그러고보면 jobbing에서 내가 늘 주장하는 "모든 것이 운이다"처럼

모든 상황들이란 그런가보다. 그럴 수 있나보다.

주행 중에 알아차린 것도 용하고, 용케 보도 옆에 세운 것도 용하다.

이것도 운이라고 생각된다.

 

그나저나 나에겐 결코 벌어지지 않을 일이라고

상상조차 하지 않았던 이런 일들이

요새 자꾸 하나씩 벌어지고 있는 것 같다.

뭔가 곧 재미난 일이라도 생기려나.

그럴려고 오늘 액땜인건가.

무사히 지나간 오늘 하루를 마감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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