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05.
어묵 빠진 어묵김밥

 

아침을 먹지않아,
한번씩 들리는 사무실 근처 아침 김밥집.

워낙에 김밥을 좋아해서

집 근처, 사무실 근처, 그리고 자주가는 동네들에

잘가는 김밥집을 하나씩 정해두는 편인데,

사무실은 큰 교회가 근처에 있어서인지

김밥집들이 단체주문이 매우 많다.

때문에 지나가던 사람이 김밥 1줄을 주문할 때,

그냥 기본(야채)김밥은 있는 편인데,

기타 다른 스페셜김밥들은 주문시 바로 싸주지 못하고

오늘은 주문이 많아 안되겠는데... 라고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있다.

 

원래 단골 김밥집은 늘 친절한 신영김밥인데,
거기에 없는 메뉴인 어묵김밥을 사먹기위해
소망교회 바로 앞에 있는 소망김밥을 최근 몇 개월간 1~2주에 한번씩 들러봤다.

 

원래 그 훨씬 예전에는

몇번 어묵김밥을 사러 들렀으나  
어묵김밥 다 팔았다고 하여 허탕을 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혹시나하여 아침 점심 저녁 한번씩 들러도 한동안 내내 없었고

이 집은 메뉴에만 어묵김밥이 있고 원래 안 파는 건가 할 정도였다.

내일 오면 있다고 하여 가도 오늘 어묵을 안사왔다 등 다양한 핑게가 있었다.

그러면 대신 야채김밥을 살 법도 한데,

개인 입맛, 개인 취향이겠지만, 기본(야채)김밥은 신영김밥이 훨씬 맛나다.

 

우연히 이마트에서 3천원도 안되는 정말 맛있는 매운어묵김밥을 몇번 사먹고,

(이마트를 매일 갈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불붙은 - 사무실 근처 어묵김밥 찾기를 시작했다.

흔한 프랜차이즈 김밥천국 류들은 별로 안좋아하기 때문에,

다시 소망김밥을 한 두달 전부터 들러봤고, 웬일로 어묵김밥을 이제 팔고 있다.

 

일단, 포장지 관련해서 웃겼다.
왜냐하면, 일반적인 다른 김밥집의 쿠킹호일과는 달리, 햄버거 포장지랑 비슷한 류인데

그것보다 조금 더 두꺼운 흰색에 김밥 종류에 따라 컬러무늬가 조금씩 다르게 포장하는 식이었다.

연두색 컬러가 어묵김밥이라고 하길래 가게 들어서면 연두색 포장김밥이 있나를 먼저 확인해봤는데,

저번에는 붉은 무늬 포장이길래 어묵김밥 오늘은 없나요 했더니,

아 이거에요 하고 붉은 무늬 포장을 주길래
연두색이 어묵김밥이라고 하셨잖아요 했더니,
오늘은 종이가 모자라서 소고기 김밥 포장지로 같이 쌌다고 했다.
그래서, (쿠킹호일이 익숙하고 편한지라)

그래요, 근데 매번 생각하지만 포장지가 종이라 특이하네요.
다른 집은 보통 쿠킹호일인데...라고하니,
매우 자랑스럽게 우린 아주 고급스럽게 포장해서 손님들이 선물할 때 고급스럽다고 좋아한다고.

칭찬으로 받아들이니 그냥 그런가보다 했다.

그런데 큰 교회 근처라 그런가, 김밥을 선물로 많이 이용하나보다?

 

사실, 이 포장 종이가 고급스럽다고 우기면 충분히 그렇게 보일 수는 있으나,

일단 펼치면 종이를 손대기 싫을 정도로
김밥 겉에 묻은 들기름인지 참기름인지가 엄청 종이 밖으로 새나와서
일하면서 조용히 먹으려다보면
맘대로 조절이 안되는 힘센 기름종이가 책상이며 컴퓨터며 마우스며 온통 범벅이다.
종이도 사각사각 부시럭 대며 은근 시끄럽고 잘 접히지도 않고 그냥 대자로 펼쳐져 잘 컨트롤이 안된다.

아웅...저저번주인가 너무 짜증나서 사진을 찍어놨는데 삭제했나보다.

다시 보면 뭔말인지 이해가 될 것 같다.

 

오늘도 아침을 굶고 나와 지나는 길에 오랜만에 어묵김밥을 오랜만에 사려고 들렀다.
보통은 다 팔리고 없으면 없어요 하고 내가 야채김밥이나 다른 김밥을 사기를 은근슬쩍 유도하는데,
오늘은 (아마도 처음보는 아줌마가) 웬일로 싸준다고 하며, 뒤쪽으로 바로 들어간다.

소망김밥에서 뭔 김밥을 사려할 때 그게 없는데 바로 싸주겠다고 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솔직히 내 생각에는 연세 좀 있으신 할머니(?)는 그냥 없다고 하는데,

새로온 듯한 아줌마가 뭣모르고 주문을 괜히 받은게 아닌가도 싶다.

 

그리고 기다리는 내게 선명하게 들려오는 뒷편 할머니와 아줌마의 대화.
아줌마는 새로온건지 배우는 단계같은 느낌이었다.

 

- 아줌마: 어묵김밥 하나, 새로 오신 분이요(보통 주문 받은거 말하고 본인이 준비하는 식)
- 할머니 잔소리: 아니, 어묵 그렇게 많이 넣으면 안되.
                        우엉을 대신 좀 넣어.
                        아니, 우엉도 그렇게 다 넣으면 안되고 대신 오이를 좀 넣어.

 

그 대화가 영 거슬렸다.

뭐 판매하는 사람들끼리 그런 류의 대화야 당연히 하겠지만...

그래도 나한테 들리는 걸 모르나? 발하나 쳐져있는 그 좁은 공간에서...?

 

그리고 어묵김밥이 나와 비닐봉지에 넣어주길래

그냥 받아갈까 하다가 당신들 대화가 다 들렸다고 언질을 주기 위해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 나: 어묵을 많이 안 넣으시나봐요...?

그랬더니 아줌마가 정색을 하며 이렇게 말한다.


- 그런건 싸기전에 어묵 많이 넣어달라고 말씀하셔야죠!

 

와우....
이런 황당함이라니...
어묵김밥을 먹는 이유는 어묵이 많이 들어간 김밥을 먹기위함인데,

그래서, 2,500원인 기본(야채)김밥보다 500원 더 내고 3,000원을 내는 것인데!
어묵이 많다고 빼라고 하는 소리를 바로 앞에 서있는 내게 다 들리게 말하고,
어묵 많이 않넣으셨냐 웃으며 물으니 그런건 미리 많이 넣어달라 말하라고... 핫...

너무 황당해서 나도 모르게 헛웃음 코웃음이 났다.

 

그리고 사무실에 와서 펼쳐보니

오늘은 어묵은 있는데 포장지가 떨어졌는지
일단 포장은 고급포장이 아닌 쿠킹호일로 어느새 바뀌었고,
혹시나 정말 어묵을 줄였나보니, 어묵이 들어가지도 않은 김밥도 있네 ㅋ

 


당장 들고 달려가 따질까 하다가
이 3,000원짜리 김밥 그냥 참고말지...

겨우 김밥 한줄 간간히 사먹는 손님이 뭐라고 한들...

엄청난 숫자의 교회 단체 주문이 매일매일 쇄도할텐데... 나따위 뭐, 신경이나 쓸까.

어묵김밥은 역시 이마트 매운어묵김밥이 진리... 가격도 2천 얼마, 없어도 주문하면 바로 싸줌.

 

 

어묵김밥 외에는 늘 친절하고 부지런한 신영김밥만 가야겠다.

어묵김밥 주문 손님 앞에서 어묵 많다고 빼라고 하는 곳은 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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