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13.

13일의 금요일에 하던 장난질

 

2015년 올해 들어 2월 13일, 3월 13일에 이은 올해의 3번째 13일의 금요일이다.

 

유명한 공포영화 시리즈로부터 화제가 되어 온 Friday the 13th은
워낙에 예전부터 불행을 초래하는 숫자로 인식되어온 숫자 13 덕분에
더욱더 우리 일상에 한번씩 해당 요일과 날짜를 곱씹게 되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

위키피디아에 보면 예수 그리스도가 처형당한 날이 13일의 금요일이었고,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인 12사도와 예수 본인을 합하면 숫자 13일 된다고 하며,

노르웨이 신화에서는 12명의 신이 초대된 잔치에 불청객으로 13번째 손님이 참석했는데

바로 악의 신이었다고도 하고, 과거 영국 해군이 13일의 금요일에 배를 출항시켰다가

그 배가 사라졌다는 둥 13과 관련된 불안하고 불길하며 불행한 기운들이 전해 내려오고 있다.

어찌됐건, 억지로 껴맞춘 미신 전후에 가장 영향을 끼친 영화 Friday the 13th 덕분에,

이 날이 오면 많은 사람들이 무슨 안 좋은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 괜한 염려를 조금이라도 살짝 하게 되기도 한다.
특히 나같은 팔랑귀 겁쟁이의 경우에는...ㅎ 

일요일 입동으로부터

이젠 제법 겨울입네~ 자기 영역 표시하려는

동장군(아 고리타분한 표현)들의 다툼이 한창이다.

그중 비를 많이 품은 놈이 걸리면 올 겨울 비만 주구장창 내리겠고,

그중 눈을 많이 품은 놈이 걸리면 올 겨울 눈만 디립다 내리겠지,

간혹 힘이 약한, 혹은 더 오래된 고집불통 할매할배가 걸리면

그에 따라 작년에 비해 덜 추운, 혹은 지독히 춥고 배고픈 겨울이 되겠지.

 

13일의 금요일이면 비가 자주 내리는 것 같다.

좀더 어렸을 때는 13일의 금요일 기념이라며

무서운 사진이나 동영상을 친구들에게 보내고 혼자 재미있어 했던 것 같다.

어린시절 공포 호러 영화 준매니아였던 까닭에(매니아는 분명 아님)

이런 날이면 꼭 그런 영화를 보러 상영관에 잘 들렀던 것도 같다.

꽤 오래 전 혈흔이 낭자한 전주영화제 아벨페라라의 밤도 참 기억에 남는 시간이었다.

아직까지 이 감독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는 것을 보면...

볼때마다 눈을 가린 손가락 사이로 무서워해놓고도

다 보고나면 뭔가 좀더 잔인하고 공포스러야했다고 괜한 투정을 부리긴 했었다.

분명히 그러한 영화 속 한 장면들은 꽤 오래 잔상이 남아

일상생활 - 특히 혼자 밤길을 걷거나 늦은시각 엘리베이터를 탔을 때 등

악몽처럼 스믈스믈 피어나 은근한 공포심을 안겨준다.

만약 영화 속 내용이 전혀 다른 시대배경이나 상상속 공간배경이라면 그나마 괜찮지만,

내 일상에 많이 등장하는 장소나 배경이라면 좀더 생활밀착형 공포감은 시시각각 밀려온다.

그렇게 두려워함에도 꾸준히 봐왔던 공포류 뿐만 아니라

온갖 장르 영화를 모조리 섭렵하고 다니던 그 시절은

한참 전이 되었고 이미 다 잊어버린지 오래다.

그 시절의 끄트머리쯤부터 뭔가 추억하기 위한 기록을 남기기위해 조금 애써봤던 것 같다.

그러나 태생적인 게으름의 결과로, 정리되지 않은 기록들만 방 한켠에 쓰레기로 방치되있다.

가장 큰 이유는 아마도 시간에 쫓겨서일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고 편안했던 어둠 속 스크린과의 오롯한 두세시간이

언제부터인가 부족한 시간들에 대한 불안감이 되버린 것 같다.

그렇다고 눈코뜰새 없이 대단히 바쁜 무언가를 해왔던 것도 전혀 아니었는데 말이다.

그 시절 영화와 음악을 빼면 단 1mg의 잔재도 남아있지 않을 나란 인간의 삶과 일이

현재라는 지점에서 돌이켜보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는 사실에

한번씩 견딜 수 없는 괴로움이 되기도 한다. 아주 가끔,

이런 비내리는 13일의 금요일 따위의 날에 한번씩 생각나는 정도.

그리고 나는 이 사진을 몇몇 곳에서는 내 프로필처럼 사용 중이다.

그냥 이 사진을 보면 좀 귀엽기도 하고 웃기기도 하다.(좀 싸이코같다는ㅜㅜ)

이 프로필 사진 때문에 간혹 십대나 이십대 남자애로 오인받기도 한다.

그런 것도 일종의 편견이겠거니 한다.

내게는 13일의 금요일에 친구들에게 가장 많이 보냈던 사진이기도.

오늘도 괜히 한번 찾아서 들여다 보게 된다.

나름 13일의 금요일을 혼자서라도 기념하기 위해서.

워낙에 무슨무슨 시덥잖은 날짜, 숫자에 민감하여

여기저기 의미를 부여하며 좀 많이 연연해 왔기에... 이것이 쉽게 바뀌지는 않는 듯 하다.

미신임을 분명히 알지만, 숫자들과 날짜들이 늘 도돌이표처럼 반복되고 있다.

변화무쌍한 세상 속에서 뭐 매번 반복되는 뭔가가 있다는 것도 나쁘진 않은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내 삶이 앞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끌어내리는 것만 아니라면.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