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14.
snow 눈발, 이른 back home
올 겨울 들어 드문 눈이
강추위와 함께 찾아왔다.
꾸물꾸물했던 일찍 어두워진 오후 - 갑작스레 내리는 눈발에
아, 길 미끄럽고 차 더 막히겠다 빨리 가야겠네... 라고 나도 모르게 미간을 찌푸리는
이미 한참 어른인 나 자신에게 스스로 씁쓸했다.
희망대로 소원대로 계획대로, 이른 back home 길.
정말 오랜만에 대낮이었다. 어둡지만 daytime. 그래서 내심 안심되는 도로.
설령 눈발이 휘몰아쳐도 시야가 확 트이는 대낮의 도로는 충분히 낭만적이다.
무시무시한 트럭과 레미콘 탑차 렉카들이 나를 에워싸지만 않으면 금상첨화.
생각보다 snow눈이 eye눈에 보일 정도로 모양새가 좀 제멋대로이다.
그리고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앉을 곳을 찾고 있는 이 놈들도
내가 알고있는 온전히 새하얀 흰색이 아니라 이미 조금 오염된 것인지 모를 다소 바랜 컬러. 약간의 실망, 그러나 친근감.
창문에 와 부딪혀 사그라드는 눈발을 생생하게 담아내기에는 역부족.
눈 snow라고 해야 그렇게 보이지,
그렇지 않으면 뭔지 모를 미세먼지, 쓰레기, 현미경으로 본 작은 입자 같기까지 하다.
웬지 동병상련의 처지에 다시 급 우울모드.
그러나 동네 초입에 들어서기까지 아직도 낮이었다. 밤은 아직이었다. 오랜만의 이른 back home이 주는 즐거움.
그게 그나마 가장 기쁜 한참 어른인 나.
늦은 오후의 낭만은 지금 이 시간 어느 정도 마무리 되었고,
다시 다가올 새아침의 꽁꽁 언 도로와 더 심해질 강추위만이 나를 기다리고 있다.
딱히 기대되는 것은 다시 아침이라는 것 - 나는 다시 넓은 시야를 확보하고 마음껏 내달릴 수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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