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1.

내 인생에서 실종된 것들.

 

애초에 하루 1개 정도 뭐라도 쓰면 좋겠다고 이 jobbing을 시작해봤다.

가장 중요한 일순위는 포기하지 않고 끈기있게 꾸준하게 하는 것.

왜냐하면, 다른 그 어떤 것도 내가 제대로 끝까지 해본 것이 없다는 생각에

스스로를 한심하게 여기며 뭐라도 꾸준한 것 하나를 갖고자 하는 열망 때문이기도 했다.

그래서 원래 소박하게 계획했던 이 jobbing 블로그의 초심에 대해 문득 다시 생각해본다.

my real jobbing에 관하여

 

하지만,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내 게으름은 시간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최우선으로 해내야 할 일들을 가장 뒤로 미뤄놓고

혹시나, 어쩌면 등의 요행을 바라며 뭉개고 있다보니

처음 생각했던 방향으로 흘러가지 않는 내 삶에 당혹스럽긴 하다.

 

하긴 태어나 지금껏 쉬지않고 계속 하는 것도 많긴 하다.

숨쉬기. 눈 껌뻑이기. 먹기. 자기. SSㅏ기... 이렇게 따지면 끝없이 나열할 수도 있겠다. 정말 쓸데없는 짓거리.

 

어느 날은 뭘 하든 모두 다 잘될 것 같다가도, 어느 날은 한없이 침울하다.

뭐 이 정도 살아온 사람에게 이쯤되면 찾아오는 우울증세라 생각은 하지만

이 들쑥날쑥한 감정의 원인을 사실상 잘 알고 있으며 모른척 하고자 하기에

더더욱 정도가 심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갑작스런 한파기간이 지속되는 덕분에,

하루 적어도 1회 이상 햇볕을 쬐야한다는 강박이 잠시 수그러들었다.

추워서 어쩔 수 없다, 감기에 걸리느니 하루 산책은 거르자고 생각한다.

그래도 어제는 나날이 늘어가는 체중을 조금이나마 저지시키고자

오후 2시 넘어 한번 볕을 쬐봤다. 그래봤자 불과 2~30분의 walking on the street.

두꺼운 옷 덕지덕지 껴입어 움직임이 둔해진 우스꽝스런 모습으로

길가에 잠시 멈춰 서서 하늘을 바라보는 내가 스스로 우스웠다. 

 

어제 오늘 생각해본다.

지금 현재의 삶은 크게 좋지도 크게 나쁘지도 않다.

하지만, 이 정도의 흐름은 균형이 깨지는 순간 크게 달라질 것이다.

안팎으로 무슨 일이 곧 터질 것만 같다고 이렇게 미리 앞서 염려하고 있다. 지레 겁먹기

언제나 그래왔듯이 일어나지도 않은 일에 대해 미리 겁먹고 스스로를 폐쇄시키고 있다.

그리고 당연한 것이라고 스스로 고개를 끄덕끄덕 동조해주고 있다.

이 쓸데없는 염려증이 이제는 일상이 되버린 지 오래.

 

이렇게 된 데에는

그간의 삶 속에서 하나씩 내다 버린 기존의 관계들 덕분일 것이다.

의도적인 헤어짐이 아닌 반강제적 굿바이.

그래야만 했었던 항목들.지점들.사물들.대상들.인간들.

상세하게 나열해봤자 다시 두통이 찾아올 것 같다.

분명 과거에 내게 있었던 그 무엇들이 하나둘씩 정리되어 왔다.

그 무엇들들들들들...에 대한 열정이 그 최상위에 위치해있다.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 되돌아보니 잘한 것도 같고 잘 못한 것도 같다.

그저 멀어진 기억을 싸잡아 이제는 실종된 것들이라고 이름 부르고 있다. 나 편하자고 그렇게.

 

내 인생에서 실종된 것들. 다시 오지 않을 것들. 그만 떠올려야 할 것들.

다시 되찾아야 할지, 그대로 기억 속에 지워버려야 할지 판단하는 데도 또 몇 년의 시간이 흐를까.

내 삶도 이 고민과 판단의 시간처럼 그렇게 더디가면 좋겠다만은...

아마도 다음 번에는 이런 고민을 한번씩 했다는 사실조차 기억하지 못할 노년에 안착할 듯도 하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그리고 나는 특히 인정하고 싶지 않은 일이지만,

한번도 경험해보지 않은 연령대에 하나 둘 발을 디뎌나가고 있는 나 자신에 적응해나가는 것만으로도 참 많이 버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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