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7.

일방통행 골목길에 대한 생각

 

오늘, 아니 어제 출근길에 이미 쌓인 눈과 계속 내리고 있는 눈에 난감했다.

한파가 한풀 꺾인다는 화요일을 기다렸는데

눈 예보도 (있었나?) 미처 못봤는데,

이제 눈을 보면 설레던 때는 한참 지났다.

그저 오늘 오가는 하루가 또 힘들겠구나... 생각이 먼저 들었다.

늘 운전을 하다보니,

도로, 골목 등 길을 걸을 때도

은연 중에 운전자 시선으로

내 편한 걸음을 재촉하게 된다.

 

오늘은 사무실 근처 골목길 사이를 지나 걸어왔다.

볕이 드는 곳과 안 드는 곳에 따라 쌓인 눈과 얼어버린 눈의 모양새가 천지 차이다.

나는 이 골목을 대충 속속들이 알만하기 때문에,

보통은 일방통행길의 화살표 촉 끝이 나를 마주보는 역방향 - 그러니까 거꾸로 걷기를 좋아한다.

그러면 뒤에서 차가 올 때마다 비켜서거나 치일까봐 염려하지 않고 편하게 정면만 바라보고

앞에서 일방통행길을 따라 내 정면을 향해 달려오는 차를 마주 보면서 쉽게 피하며 걸을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방통행 골목길 거꾸로 지나가기.

 

일방통행길이 유독 많은 이 골목은, 사실 초행길이라면 헤매기 일쑤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일방통행길을 역주행 하는 것은 아무래도 안되지 않을까.

설사, 일방통행길로 지나는 정주행 차량이 없다고 하더라도

골목길 바닥의 그 일방통행 화살표와 골목길 삼거리 사거리에 위치해있는 일방통행 표지판을 빤히 보면서

뻔뻔스럽게 역주행을 하러 들어오는 것은 정말 아니지 싶다.

특히, 반대편에서 제대로 된 일방통행 차량이 곧 들어올 수도 있으니,

이 뻔뻔한 차들은 보다 빨리 이 불법을 자행하기위해 골목길에서조차 속력을 내며 달려든다.

 

자동차를 위한 표지판과 표시라고는 해도,

도보 중인 사람도 그것들을 감안해서 보고 걷게 되는데,

이것은 여엉 불편한 현실이다.

 

오늘도 뒤에서 차가 달려올 리 없는 안전한 일방통행길의 전방을 주시하며 도보 중에,

어느 순간 소리 없이 바로 뒤에서 크락션을 울리며 광속으로 달려오는 두 대의 차를 피해 급히 게걸음 쳤다.

내리는 눈과 얼어버린 눈으로 미끄러운 골목 귀퉁이에서 그렇게 또 내 스텝은 꼬였다.

방금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며 거꾸로 들어와 나를 위협한 차량을 보니, 이 동네 주민이나 방문자인가보다.

 

만약 도보 중이라면

골목길의 일방통행길에서는 그냥 속편하게,

길가 양옆 - 눈이 오면 눈 쌓이고 비가 오면 빗물 고이는 - 그 길로만 다녀야 되나보다.

사실 골목길 사이사이는 자동차를 위한 길이기도 하고 사람을 위한 길이기도 한 것이 분명한데 한번씩 잘 모르겠다.

 

예전에 비내리는 버스에서 내리다 앞인간의 긴 치맛자락이 휘날려 피하다 미끄러져 등을 크게 다친 적이 있다.

지금은 멀쩡하지만, 끔찍한 기억이다.

그래서 나는 비가 오건 눈이 오건 미끄러운 위험이 느껴지는 길은 최대한 절대 뛰지않고 조심히 걷는다.

차라리 늦을지언정 조심 또 조심하는 수밖에. 다시는 넘어져 다치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보호책이다.

하지만, 나 혼자만의 조심으로 내 안전이 지켜지지는 않는다는 것이 현실이다.

함께 살아가는 인간 공동체에 관해 오랜 시간 동안 참 많이 주입되고 배워왔는데,

나이들어 가면서는 이상하게 점점 더, 함께 하는 세상이 두려워진다. 벌써 죽을 때가 된 것인가 모르겠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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