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2.07

TV드라마속 엄마들은 왜.

 

어제 부탁해요 엄마를 보다가 우리 엄마가 물었다.

고두심은 곧 죽는데, 왜 제목이 부탁해요 엄마냐.

그거야 뭐... 그렇게 이름 짓고 싶은 사람이 지었겠지.

사실 뭔 말인지 지금도 모르겠다. 그럼 제목을 뭐라고 지어야 죽어가는 고두심 내용에 맞게 짓는 것인가도 싶었다.

 

그러고보니, 공교롭게도 현재 방송중이며 시간대도 살짝 겹치는 두 주말 드라마의 제목에 모두 "엄마" 字가 들어간다.

딱히 참신하고 기발한 제목도 아니고, 하나는 엄마. 다른 하나는 부탁해요 엄마. 그리고 그보다 전인 1-2년 전의 엄마의 영어 버전 마마까지.

 

지지난 해던가, 오랜만의 TV복귀로 눈물의 최우수연기상을 수상한 송윤아 엄마의 MBC드라마 “마마”,

그리고,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고두심 엄마의 KBS1TV 주말드라마 “부탁해요 엄마,

차화연 엄마의 MBC 9시 주말극 “엄마”. 이것들이다.

 

하긴, 시청자들을 바로 잡아끌만한 그럴듯한 제목이 딱히 떠오르지 않는다면

차라리 단순하며 기억하기 쉽고 친근한 단어 나열이 최고이긴 하다.

엄마들이 혼자 보기 쉬운 아침드라마나 저녁 일일극이 아닌

가족들이 함께 모여 쉬다가 볼 법한 주말드라마 속에서

주인공인 한 가족 내에서의 엄마 캐릭터에 대해서는 좀더 많은 공감대가 형성되어야만 할 것이고

'엄마'라는 단어가 주는 보편타당한 감성을 잘 건드려야 할 것이다. 늘 그렇듯 각 제작진이 알아서들 잘 하고 있겠지.

사실상, 이 드라마는 엄마가 주인공이란다 라고 제목으로 설명해주고 있는 것인 셈이다.

 

개인의 취향이 분명 다르고

각자 생각하는 이상적인 엄마상은 분명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TV 드라마 속 엄마들은

- 남편 혹은 자식들에게 한없이 퍼주고

- 집안의 온갖 힘든 일 궂은 일을 도맡아 하며

- 비밀을 감추고 있고

- 간혹 아들 딸 차별을 마구 하는 심술을 부리기도 하고

- 간간히 죽을병에 걸린다.

 

 

부탁해요 엄마에서의 고두심 엄마는 사실 암 선고를 받은 최근에야 조금 공감이 되가는 것 같긴 하지만,

워낙 처음부터 꽤 오랜동안 짜증을 유발시키기도 하고 은근히 얄미웠던 것 같기도 하다.

아들만 위하고, 딸만 혹사시키고, 허물이 좀 있긴 하지만 남편에겐 참 과하게 자주 버럭버럭,

말투는 늘 비아냥에 기본적으로 내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드라마속 엄마가 아니라 더더욱.

그래서 사실 배우 고두심도 이 애매한 캐릭터 연기하기 참 힘들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내게는 요즘에 와서야 캐릭터가 조금 더 엄마 같은 엄마가 되가고 있고 시한부 선고를 받은 후 좀더 동정표를 받게 되는 것 같다.

어차피 둘 중 하나다. 가족들과 남은 시간을 잘 보내며 마무리 하거나, 기적적으로 살아나거나.

  

 

엄마에서의 차화연 엄마도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고 고생한 세월은 충분히 훌륭하지만

그 속에서 자식들 개개인이 비밀로 안고 있는 문제점들이나 온갖 우여곡절 끝에 한 재혼, 새며느리의 도를 넘어선 언행까지,

엄마를 중심으로 한 매우 일반적이지는 않은 한 가족의 이야기이기에 대체 어떻게 마무리를 하려고 저려나 궁금해지는 것 같다.

역시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서로 화해하고 모든 상황이 잘 마무리되어 행복하게 마무리 되거나,

돌이킬 수 없는 계기로 인해 다시 자식들에게로 돌아오거나.

 

좀 지났지만 마마에서의 송윤아 엄마도 대인기피증이 있는 예술가 엄마로 분했는데,

처음 설정자체는 너무 풍족, 유복해서 현실감이 떨어지기도 했었다. 

그리고 아이 아빠와의 설정이나 등등 스토리들을 지나 어쨌건

역시 결국 시한부 인생으로 생을 마감...

어린 아들을 두고 먼 길을 떠나게 될 송윤아 엄마의 연기는

잡음많은 결혼생활로 그녀를 외면했던 많은 시청자들을 감동시키기도 했다.

 


 

 

때로는 자극적인 막장드라마를 욕 하면서도 속이 시원하다며 권선징악의 말미를 즐기기도 하지만,

주말드라마 속에서의 엄마들은 아주 독특하고 재미난 설정, 혹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사람이 질병으로 죽는 것은 안 나왔으면 좋겠다. 개인 취향이긴 하나...

예전 같으면 극이 종반으로 치닫으며 누군가 시한부 선고를 받고

주변 관계를 정리하며 죽어가는 모습을 안쓰러워하며 눈물 감동의 카타르시스를 느껴왔는가도 싶지만...

사실 요즘은 이러한 예상 가능한 뻔한 줄거리는 그냥 처음부터 눈에 보이고... 그보다는,,,

오히려 배역을 맡은 연기자들의 놀라운 연기력에 더 큰 감동을 받게 되는 것도 같다.

자꾸만 드라마에 빠지면 안되겠는데... 큰일이다...

현재 전혀 드라마틱한 삶을 살고 있지 않기에, 있을법한 상상 속 세계를 배회하는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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