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2
열정의 정도와 깊이는 무엇으로 평가되는가
늘 궁금했다.
흔히들 말하는 열정.열의.Enthusiasm.Passion.Crazy about Something.
앞뒤 재거나 따짐없이 무언가에 쉽게 열광했던 그 언젠가를 떠올려본다.
이것이 나의 열정이다, 내가 열광하는 그 무엇이다라고 스스로 인식하기 전에 이미 나도 모르게 가있던 그 지점들.
뭔가 따분하고 즐거운 일이 없어 스스로에 대해 푸념을 하던 어느 시점에,
한 중학교 때 친구가 이런 말을 했다.
니가 지금 뭔가 열중하고 있는 대상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너는 옛날부터 항상 뭔가에 열중해있었다.
또 다른 친구는 이런 적도 있다. 너는 늘 뭔가에 열중해있는데
나는 평생 그런 적이 없어서 니가 정말 부럽다.
그러고보니,
앞으로 다시는 그럴만한 열의의 대상은 없을 것이다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소박하게 꿈꾸었던 대부분의 것들은 경험해보거나 그 끄트머리라도 접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때까지는 그런 것을 인식하지 못하고 사물이건 사람이건 그 어떤 대상에 열광했었는데,
그럴 때마다 그게 그렇게 티가 났었나보다. 굳이 드러내지 않아도 은연 중에 자연스럽게.
열정.열의.Enthusiasm.Passion.Crazy about Something.
이 모든 것이 지극히 개인적인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정도의 열성에 대한 타인의 시선과 평가가 당연시 되는 시대이다. 요즘은.
물론, 그러한 보여져야만 하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잣대를 들이댄다면,
지금의 나는 그 무엇에도 열중하고 있지 않다.
오히려 한발치 뒤로 물러서서 티내지않게 열광하고 있음을 안다.
어떠한 열의와 노력의 모양새는 사람마다 시기마다 다르게 나타나고 표현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것이 지극히 사적인 개인의 공간 안에 자리했느냐,
혹은 거대한 집단 내에서 공공연하게 반복되고 강조되느냐에 따라
강력한 전파와 공유의 결과물로서 형태를 달리 하게 되는 것 같다.
과연 열정의 정도와 깊이는 무엇으로 평가되는가.
이런 질문 자체가 우습긴 하다.
만약 같은 대상에 대해 나와 같은 열의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면
그 열정이, 그저 겉으로 보여지는 드러냄과 행동반경의 크기에 비례한다고 멋대로 판단해버릴 수 있을까.
그 누구도 남의 열정을 과대평가 하거나 과소평가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는 사람들 개개인이 모두 다 다르기 때문에, 그 어떤 잣대로도 평가될 수 없다고 본다.
공적인 부분에 적용할 수 있는 열정이라면 쉽다.
아마도 늘 그래왔듯이, 보여지는 과정과 결과에 따라 평가받기 쉬울 것이다.
때문에, 개인적인 부분은 사적인 공간에 남겨져 있는 한 비밀스럽기도 하고 더욱더 소중할 수 밖에 없다.
만약 의도치않게 외부로 드러난 순간,
그것은 긍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갈 수도 있고
혹은 상처를 입고 열의의 대상과 굿바이 하게 되는 계기가 될 수도 있겠다.
일단은 상황 상황의 순리에 맡기고 흘러가는 대로 놔두었다가
아니겠다 싶으면 개입하여 스스로를 추스려야 할 것이다.
문득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것은
본인이 무엇에 열중하는지, 무엇에 열광하는지, 무엇을 하고자 하는지,
무엇에 미쳐있는지가 개인의 기본 인적사항이나 프로필 포트폴리오로
당연시 되어가고 있는 이 세상 속에 갑자기 혼란스러움이 찾아들었기 때문이다.
인간차와 표현의 방식 따위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없는 열정에 대한 평가가
분명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과한 생각에 심취했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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