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8.

취업사기(?)는 순식간에 당하기 쉽다.

 

취준생, 구직자들의 급한 마음을 이용해서

이중 삼중의 고통을 안겨주는 다양한 형태의 취업사기가 지능적으로 발생되고 있으며,

하루에도 몇 건의 사례들을 커뮤니티나 뉴스 등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크게 몇 가지 대표적인 유형들이 있는데,

기본적인 뼈대를 두고 가지치기 형태로 변형되어

눈 한번 깜박하면 순식간에 사기 혹은 불법에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경우들이다.

 

- 이력서, 주민등록등본 등 입사시 제출서류의 개인정보를 본인동의 없이 임의로 금융관련 업무에 이용하는 경우

- 급여 지급용 통장 사본 제출 후 대포통장으로 이용하는 경우

- (주로 계약직, 파트타임 아르바이트직) 근무하기 전에 일정 비용의 돈을 요구하거나 제품 선구매를 강요하는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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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보이스피싱 같은 범죄에 걸려든 사람들에게

혀를 끌끌 차며 저런걸 왜 속지...했다가도

실제로 내가 겪게 되면 그제야 아뿔싸...하게 되는 것과 유사한 것 같다.

 

여러가지 사기 범죄에 연루되거나 이용되지 않으려면

사전에 믿을만한 회사를 잘 알아보고 지원하고 근무하는 것이 최우선이겠으나,

오히려 대외적으로 알려진 멀쩡한 회사들에서도 근무형태에 따라

불법적인 불합리가 자행되기도 하기 때문에

모든 것은 운명에 맡기고 늘 주의를 기울여야하겠다.

 

취업사기와 관련된 기사글들을 접할 때마다

떠오르는 몇년 전의 기억이 있는데,

정확하게 엄밀히 말하면 사기라기보다는,

불법 자금 세탁 용도 뭐 그런 것들이었던 것 같다.

 

판매유통 중인 책도 멀쩡히 있는 멀쩡해보이는 출판사에 정규 경력직으로 입사했는데,

신기하게도 대학 까마득한 선배뻘인 사람이 사장이었고,

학연을 강조하며 좋은 선후배로 잘해보자 그래서 믿고 깜빡 속았던 것 같다.

 

면접을 두번 보고, 연봉 정하고,

근무 첫 날 사장과 직원들 다 같이 함께 신규직원 환영(?)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 길에

대낮 사람 많은 길거리 음식점들 사이에서

사장이 내 바로 옆에서 걸어가면서

함께 그 옆에서 걸어가고 있는 경리 담당 직원에게

갑자기 생각난 듯 뜬금없이 

"회사업무용 통장 만들라고 얘기했나?"하더니,

경리 담당 직원이 "아, 맞다, 통장 하나 만들어다 주세요."라고 너무 자연스럽게 내게 말했다.

이 모두를 모두 함께 들으며 걷는 중이었는데, 너무 순식간에 일어난 일이었다.

 

나중에 생각해보니 면접 볼때나 사무실에서 정식으로 얘기를 안하고 

일부러 밥먹고 들어가는 길에 갑자기 생각난 듯이 툭 던져서 얼결에 만들게 하려던 속셈이었던 것 같다.

 

그 와중에 나는 당연히 뭔가 이상한 듯 하여 의심의 눈초리로, "급여 통장 말씀이신가요?" 물었더니

사장이 "그게 아니라 그냥 회사 업무용으로 네 이름으로 된 통장이 하나 필요하다.

조만간 법인을 하나 만들 것이기 때문에 그 중책을 너한테 맡길 것이니 네 개인 통장이 필요하다. 다들 그렇게 한다."

정색을 하며 말했다. 마치 내가 쓸데없이 의심, 반문하는 것에 면박을 주듯.

너무 순식간에 길거리에서 걸으면서 일어난 일이라, 정말 다들 그렇게 하는데 내가 몰랐나 싶었다.

 

얼결에, 은행에 가서 신규 통장을 하나 만들어왔다.

사장은 외근인지 나가고,

경리 담당이 내게 만들어 온 통장을 달라며

업무상 입출금에 필요하니 내 공인인증서를 자신에 컴퓨터에 깔도록 내 공인인증서를 바로 달라고 했다.

 

여기까지 정말 순식간에 모든 일이 이루어졌다.

 

 

남의 컴퓨터에 내 공인인증서를 깔도록 내놓으라는 말에 이건 뭐지... 하고 정신을 차렸다.

원래 공인인증서는 늘 소지하고 다니긴 했지만,

일단 있는데 안주겠다고 하는 것보다는, 오늘 없다고 하고 이 상황을 종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그 경리 직원에게 개인 인증서인데 회사가 사용하면 안되는 거 아닌가요? 했더니,

정말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수선 떤다는 식으로 

어차피 비번 설정에 따라 다르니까 아무 문제가 안된다고 역시 사람을 민망하게 만드는 재주...

내일 꼭 갖다달라는 말도 잊지않는 나보다 한참 어린 경리 담당 직원.

 

이렇게 직원의 개인금융정보를 회사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이런 이상한 분위기의 회사에서 근무한다는 것은 분명히 문제의 소지가 많고

추후 뭔가 불법적인 일이나 금융상의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판단되어 바로 그만 두기로 결정하고,

다음날 출근하여, (사장은 볼일 있다고 오전에 안 나옴)

경리 직원에게 어제 준 내 통장 내놓으라고 하고,

사장에게 문자 및 통화로 통보한 후 그 회사를 빠져나왔었다.

 

꺼림칙한 마음으로 그 통장을 은행에 가서 정리해보니,

전날 통장을 가져가자마자 외부에서 160여 만원이 내 이름의 통장으로 들어왔다가 빠져나갔다.

자금세탁이 시작될 뻔 했던 것 같다.

그리고 혹시 이게 그대로 이용됐다면,

새로 만든다는 법인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내가 뒤집어 썼을 지도 모를 일이다.

 

은행에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혹시 나도 잘은 모르지만,

보통 회사에서 직원 개인 명의의 통장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는 게 일반적인가요 했다가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은행직원에게 주의 당부를 받으며 통장을 바로 해지했다.

 

그 회사가 지금도 과연 그대로인가 오랜만에 한번 검색해보니

회사 법인명을 바꾸고 버젓이 운영되고 있는 것 같다. 책도 더 내고.

그 회사 사장이 수완이 좋아 다양한 단체에 가입 소속되어 대외활동을 많이하고 있어서

앞으로도 어떠한 형태로든지 계속 살아있기는 할 것 같다.

아마도 자신의 경영방침(?)에 잘 맞는, 개인 통장을 제공할 직원과 함께. 

 

이제 나와 상관은 없는 회사이지만, 지금 생각하면 정말 황당한 기억이었고,

내가 오버하고 예민하게 군 것인가 헷갈릴 정도로

나같이 늘 조심하는 사람까지도 최면 걸듯 순식간에 홀린 듯이 통장을 내놓게 하고

그날 바로 자기네 입출금에 사용한 것이 참 신기할 따름이다.

 

 

 

수없이 많은 다양한 크고 작은 사기 범죄 행각들이 어딜가나 도사리고 있긴 하다.

아무리 멀쩡하게 존재하는 제품을 유통 판매 중에 있는 회사라고 하더라도

정신을 바짝 차리고 늘 조심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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