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1.26

레퍼런스 Reference 체크(평판조회)의 허와 실

 

과거보다 더 많은 회사들이
채용 전형 과정 중에 다양한 경로로 알게/모르게 평판 조회를 행한다.
이는 갈수록 당락을 좌우하는데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한다.


일단 평판조회는
전 직장, 혹은 전전 직장에서의 업무역량, 인성, 조직융화도, 인간관계, 업무스타일 등
(팀장의 경우는 리더십과 업무 추진력도 매우 중요)
직장 내에서 나의 모든 활동을 평가할 수 있는 항목을 체크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내가 지원한 회사에서 나에 대한 평판조회를 한다면,
그 조회 문의를 하는 대상별로 구분해 볼 수 있는데,
아래와 같이 3가지 형태로 예상할 수 있다.


1. 나와 친한 나의 직장 상사/선후배 지인

 

입사지원서를 작성하다보면,
회사에 따라서는 지원자를 추천해줄만한 상사/선후배 지인의
인적사항(이름/관계/근무회사/연락처 등)을 기재하는 란이 종종 있다.

 

그냥 형식적으로 참조만 하는 회사도 물론 있지만,
회사에서는 지원자가 명단을 제출한 지원자의 지인/reference들에게 직접 연락하여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에 대해 확인하기도 한다.

 

지원자 입장에서는 이 경우가 가장 안심할 수 있는 경우다.
친분이 두텁고 신뢰할 수 있는 "나에게 우호적인" 상사/선후배 지인의 명단을
지원자가 직접 스스로 선택해 제출하면 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본인이 기재한 명단의 사람들에게는,
취업/이직 관련하여 지원하는 회사에 reference로 연락처를 기재해도 될지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미리 물어보지도 않고 이름을 제출해서
갑자기 회사로부터 연락이 온다면 과히 유쾌하지는 않을 것이다.

 


2. 내가 근무했던 회사의 인사담당자

 

내가 근무했던 전 직장의 인사담당자에게
회사 대 회사 차원에서 문답 형식의 질의응답이 오가는 경우도 있다.
공식적인 형태로 질문이 오면 당연히 공식적이고 객관적으로 답변을 해주겠지만,
내 전 직장에서의 인사담당자가 과연 나에 관해서
얼마나 객관적으로 답변을 했는지는 알 수 없긴 하다.
결국, 내 전 직장의 인사담당자가 어떻게 응대하느냐에 따라 전형결과가 달라지기도 한다.

 


3. 나와 친하지 않은 직장 상사/선후배

 

원래 친분도 별로 없고 개인적으로 연락한 적도 없는
과거의 직장 상사나 동료 선후배 - 특히 한 팀에서 일했던 불특정 다수의 관계들에게
랜덤 형식으로 연락이 가기도 한다.
그들 모두로부터 100% 좋은 얘기만 듣기는 힘들겠지만,
적어도 안 좋은 얘기는 나오지 않게 하는 것이 좋다.

 

4. 기타 다른 경로

 

 

 


 


사실, 평판조회로 당락이 결정되는 것은 좀 의아한 부분이 많이 있다.
실제로 과하게 응대하거나 거짓을 말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이다.
이와는 반대로 친한 지인의 입장에서는 좋은 말만 골라해주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사실상 "평판조회"의 변별력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나는 정말 열심히 직장 생활을 해왔는데,
나와 안 친하거나 나를 잘 모르는 다른 동료들에 의해서
내가 안좋게 혹은 별로 인상깊지 않게 평가절하되는 것만큼 억울한 것은 없을 것이다.

 

이쯤에서 내가 좋아하는 말을 하고 싶다.

 

모.든.것.이. 운.이.다.

 

내 친한 지인에게 내 평판조회가 들어간다면 좋은 말만 해줄테니 내게 좋은 것이고,
인사담당자는 특별히 꼬이고 모나지 않은 사람이라면 무난하게 응대해주기를 기대해보고,
별로 친분도 없고 데면데면한 이들에게 내 평판조회가 들어간다면 이것은 말 그대로 운.이.다.

 

***
친분 있는 후배에게 연락이 왔었다.
헤드헌터가 레퍼런스 체크하려고 연락갈테니 말 잘 해달라고.
사실 그 후배는 업무역량은 훌륭한데, 말투나 태도가 다소 불손하게 보이는 부분이 있어
오해를 많이 받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친한 후배라 성격이나 업무능력에 대해
조곤조곤 좋게 잘 얘기해줬고, (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원하는 회사에 최종 합격했었다.

 

***

아는 지인은 이직하려는 회사에 이미 합격이나 다름 없는 최종 면접을 앞두고

전 직장 레퍼런스 체크를 통해 최종 탈락했다.

이유는 외부업체 협업 조율 시 잡음이 있었던 전력을 누군가 안좋게 말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알고 있는 바로는, 그것은 그 때그래야만 했었던 당연한 행동이었다.

외부업체와 협업 시 각자의 이익을 위해 하나라도 더 주장을 하다보면

간단한 잡음 하나 없이 무조건 서로서로 다 좋게 조율하는 경우는 거의 희박할텐데

그러한 것을 전체인 양 큰 단점으로 둔갑시킨 그 누군가가 레퍼런스 체크에 응한 것인지는 알만 했다.

 

***

나와 별로 안 친한 옛 상사에 관해 물어보는 전화가 헤드헌터로부터 왔었다.

나는 그 분의 업무상 성격상 장점들 위주로 잘 말해줬다.

내가 굳이 나쁘게 얘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그 분의 이직은 성공하지 못했다.

나중에 알고보니 추천되려는 자리가 팀원들을 잘 이끌 리더십 있는 팀장 자리였는데,

레퍼런스 체크 때 나 말고 다른 두명의 후배들이 좋은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

오래 전 내가 이직을 위해 전형 중이던 어느 회사의 최종면접에서
그 회사의 대표라는 사람이 전 직장 레퍼런스 체크 후 한번 더 면접을 보도록 하자고 했었다.
그리고 운 나쁘게도 평판조회 결과가 그 대표가 기대하던 것에 못미쳤다고 하여 최종 합격이 되지 않았다.

그래서 전 직장을 건너건너 수소문해보니,
내가 근무할 당시에 함께 근무한 적도 없는 본 적도 없는 인사담당자가
현재 근무 중인 (나를 아는) 다른 부서 사람들로부터 정확하지 않은 우스개 소리를 듣고 대충 말을 한 것이었다.
당황스러웠던 것은, 나와 으쌰으쌰 열심히 일했던 사람들은 그 부조리를 피해 떠나 더이상 거기 없고,
남은 사람들은 비리를 일삼고 윗사람들에게 정치를 하며 살아남은 박쥐같은 사람들이었는데,
그들이 정직하고 성실하게 일하다 떠난 사람을 좋게 말할 리는 없었다.
별 탈 없이 조용히 잘 마무리하고 나왔는데,
경쟁사에서 몰려온 물줄기들이 중요한 업무를 꿰차면서 기존 멤버들을 내쳤으니,
뭘 어찌한다해도 좋은 소리는 들을 운명은 아니었을 것이다.
하필이면 왜 가장 길게 근무한 회사가 그 지경일까 지금까지 아쉽긴 하다.

 

이래서 경력관리가 중요하다고들 한다.
내 업무능력을 인정해주는 곳에서 건강을 해쳐가며 일을 한들, 떠나게되면 그냥 굿바이다.
회사와 나 자신을 분리하는 것이 필요하다.
평생 이 회사에서 일하며 이러한 환경에서 살 것이라 착각하지만,
회사를 떠나 한발짝 뒤에서 내 떠나온 곳곳을 돌아보면
왜 그 때 회사보다, 업무보다 나자신을 좀더 챙기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크다.

 

 


 


평판조회를 잘 받기 위해서는,
업무역량과 업무 스타일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도 평상 시 직장 내에서의 두루두루 원만한 성격, 직장 내 인간관계가 매우 중요하다고들 한다.
적이 없어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이세상 모든 이들이 100% 다 모두 나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또한 겉으로는 다 잘 지내온 것 같이 보이고 적이 없다고 착각을 해도
은연 중에 나도 모르는/알 수 없는 디스전들이 판을 친다.
직접적인 성과를 내야하는 영업, 마케팅 부서에서는 특히 다들 경쟁이다.

 

견디지 못하겠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사실은 떠나라가 정답일 듯 싶다.

 

취업/이직의 합격 당락에 점점 큰 영향을 끼치는 평판조회에 신경쓰며 회사를 다니는 사람은 없다.
어렵게 취직하여 처음부터 이직을 바로 생각하는 사람은 많지않다.
나중을 위해 평판조회를 좋게 받기 위해서 노력하지 말고,
그저 인간된 도리를 다하며 최선을 다해 업무와 인간관계에 진정성을 갖고 조화롭게 해나간다면
뭐 평판조회 따위가 내 앞길을 크게 좌우하지는 못할 것이다.

 

여러모로 볼 때, 내가 듣고 접하고 경험한 평판조회 결과는 사실상 정확하지 않다.
정확할 수가 없다.
누가 레퍼런스 체크에 응해 답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물론, 요즘에는 보다 심층적이고 꼼꼼하게 확인을 한다고들 하지만,

그래봤자 모두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 나오는 결과물이다. 그래서 변수가 엄청나다.

 

왜 사람을 채용하면서 평판조회를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사실 개인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

물론 누구나 눈쌀을 찌푸릴만큼 너무나도 문제가 있는 사람을 골라내는데에는 중요한 장치가 되겠지만...

충분히 면접을 통해서 검증을 하고, 차라리 3개월의 수습 기간을 더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 확실하지 않겠는가?

내 눈으로 직접 현재의 이 사람을 보는 것이 확실하니까.

과거의 모습은 왜곡될 수도 있고, 그저 과거일 수도 있고, 사실이 아닐 확률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과가 안좋으면 그 회사가 내가 갈 곳이 아니었나보다하고,
결과가 좋으면 땡큐라고 생각하는 것이 속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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