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4.
출근 길 터널
급히 해결할 일 때문에 평소보다 늦은 출근길.
이 시간에도 이렇게 차들이 차고 넘친다.
특히 터널 안에서 머무르게 되면 조바심이 난다.
어딘가 갇혀 있는 느낌.
저 앞 조금만 더 나가면 환한 볕 아래 세상인데,
웬지 뭔가 붙잡혀 있는 느낌.
일종의 폐쇄공포증인가, 이런게 공황장애인가.
아니, 실은 어렸을때 봤던 공포영화 장면이 떠올라서이다.
어렸을 때는 이상하게도 잔혹하고 bloody한 공포영화를 일부러 찾아봤던 것 같다.
상연관까지 가서 돈내고 봐왔던 공포영화들.
하다못해 여기저기 영화제 심야밤샘 프로그램에도 곧잘 참석 했던 것 같다.
그냥 공부 때문에, 일 때문에 받았던 스트레스가 그런 시간때우기 영화를 보면
잘도 풀린다고 느껴졌었기 때문이다. 실제로도 후련할 정도로 그러했다.
그 여파인지(?), 지금의 나는 그것이 알고싶다 류의 TV프로그램을 매우 좋아한다.
하긴, 그 전에 CSI나 미드들에도 한동안 빠졌었지.
어쨌건 그런 프로그램 구구절절 나열하는 것은 피곤하긴 하다.
바로 저 앞에 광명이 비치는
이러한 어둔 터널에서의 머무름이 연상시키는 영화는
"나는 네가 지난 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I Know What You Did Last Summer"
몰려다니던 친구 하나가 골목길만 나가면 축제의 밤 사람들 속으로 피할 수 있었는데,
그 폭죽 터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저 인파 속으로, 친구들에게 향하기 위해
채 10미터도 안될 어둔 골목길을 가려다가 안도의 행복감도 잠시, 그녀를 쫓던 자에게 살해당한다.
그 장면은 내게 20년 가까이 강렬하게 기억되고있다.
살아오면서 매순간 순간마다 어떤 어둠 속 불편하고 무섭고 두려운 상황 속에서
몇 걸음만 더 가면, 조금만 더 애쓰고 힘내면, 충분히 극복할 것만 같은데,
결국 거기에 다다르지 못하고 장렬히 전사하고만다.
처음 가보는 낯선 동네에서 길을 헤매었을때에도,
익숙한 거리에서 늦은 밤 갑자기 한기가 느껴질때도,
인적드문 어디메에서 갑작스레 두려워질 때도,
또한, 오늘같이 이렇게 물리적인 눈에 보이는 터널 안에서도,
내가 이 안에 있는 순간 혹시 사고라도 날까 염려되고,
정신적으로, 업무적으로, 모든 도전의 상황에서 항상 최고점에 도달하지 못하고 좌절하거나 우회하거나 멈춰버리게 되는
이 반복적인 도돌이표 같은 일상에 과연 또다른 빛을 마주할 몇 번의 기회가 내게 남아있을까.
웃기게도 모든 상황을 내게 맞게 해석하고 받아들인다.
오늘은 터널에 조금 머물렀다가 금새 통과했다.
오늘 하루는 나름 나쁘지 않겠구나...라고 그냥 기분좋게 마무리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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