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1.

블랙아웃 Blackout, 분실의 기억

 

최근 들어 머릿 속이 멍해지는 느낌을 자주 받는다.

반복되는 일상 때문이겠거니... 하며

그냥 getting older 덕분에 멍하기만 하면 그러려니 하겠지만,

한번씩 애매모호한 상황에 놓일 때마다 난감하다.

깜박깜박, 건망증, 그리고 결국...뻔한 나이들어감의 말로...

그나마 멀쩡한 상태로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지는 작금.

문득 블랙아웃이라는 이제는 흔한 단어가 떠올랐다.

 

 

 

black out 주요 뜻

  • 등화관제 하다
  • 소등하다
  • 의식 잃다
blackout  영  정전 소등 암전

 

 

이틀간 꼼짝못하고 일어나지 못했던

2000년 상반기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 외에는 흔한 필름 끊김 다수.

그래도 지금은 전혀 그럴 일이 없게 스스로 꽤 조심한지 5년 이상 된 듯 하다.

그때는 그럴만한 이유라도 있었지.

지금은 단 한방울의 알콜도 없이, 멍하고 있어 염려스럽다.

 

어제 주차한 차를 다음날이면 찾아 헤맨다.

늘 세워두는 서너곳의 익숙한 위치가 아니면 더더욱.

 

분명 가방 속 같은 구역에 있어야 할 공인인증서 USB도 한번씩 사라진다.

신기하게도 전혀 이동시켰던 기억이 나지 않는 주머니에서 발견된다.

 

분명 늘 겉옷 우측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작은 지갑도 깜박 사라진다.

집에 두고 왔다고 확신해보지만, 혹시나 가방을 뒤집어 보면,

늘 들고다니는 오래된 헤진 노트북 가방 앞섶에서 발견된다.

어떤 조짐의 전초전 같다는 생각이 잦아든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웬만하면 내 소지품을 잃어버리지 않는 스타일이기 때문이다.

뭐든 워낙 자주 잃어버리는 주변인들을 이해하지 못했던 내가

최근에야 이렇게 한번에 경험을 하고 있어 당혹스럽긴 하다.

 

기억하고 있는 큰 분실의 기억은 꼭 3번이다.

비용의 크고 작음을 떠나 이들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너무나도 아꼈던 것이었거나 OR 분실하면 큰일날 뻔 했던 것들이기 때문에

더더욱 새록새록 기억하고 있음이다.

 

1.

늦은 귀가길의 학창 시절,

좌석버스 종점 서너정거장 전인 집 앞에서 부피도 큰 장지갑을 바닥에 떨어트리고 내렸나보다.

집에 와서야 지갑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해당 버스 회사에 전화를 바로 했는데, 마침 기사분이 분실물로 수거한 터라,

다행히 다음날인 토요일 아침에 해당버스 종점에 있는 사무실로 찾아가 받아왔던 기억이 난다.

이것이 아마 내 인생 최초의 소지품 분실의 기억일 것이다.

 

2.

다니던 직장을 관두고 구직활동 중에,

바람을 쐬러 혼자 전철을 타고 춘천을 향한 적이 몇 번 있었다.

가는 방법은 크게 2가지를 이용하였는데,

집 근처 시외버스터미널에서 편도 6~7천원 정도를 내고 다이렉트로 가면

이마트가 있는 춘천터미널에 약 1시간 반 전후로 하차하여

큰길 육교 건너편에서 웬만한 버스들은 다 명동시장으로 향한다.

혹은 꾸역꾸역 전철을 타고 경춘선 춘천역에서 하차하면

날이 좋거나 몸 컨디션이 좋으면 명동시장까지 걸어서 향하거나 택시를 타고 기본요금이다.

이 날은 두번째 방법으로 전철을 타고 춘천역에 내려 택시를 탔는데,

공지천에 있는 막국수를 우선 먹고 걸어갈 생각으로 이동했다.

택시를 내려, 사람 많은 점심 시간 구석탱이에 혼자 막국수 하나를 주문한 순간,

아이폰3를 택시에 두고 내렸다는 사실을 알았다.

구직활동 중이라 계획에 없던 폰을 새로 사야된다는 부담감과

폰에 있는 온갖 개인정보들에 머리가 쭈빗거렸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일단, 주문한 막국수는 바로 취소하고, 서빙 아줌마의 핸드폰을 양해를 구하고 빌려

내 폰으로 전화를 해봤는데, 다행히 몇 번 울리더니 어떤 나이든 아줌마가 내 전화를 받았다.

누구시냐, 내 폰이다... 했더니, 내가 방금 타고 내린 택시기사가 자신의 남동생인데,

택시에서 주웠다고 자신에게 주고 갔다고 했다. 헐...

거기가 어디인지 물어본 후, 바로 막국수집 앞의 택시를 타고 찾으러 갔다.

타고가는 기사분에게 양해를 구해 내 폰으로 전화를 해서 어딘지 좀 물어보고 그리로 가달라고 했다.

춘천 중에서도 옛날 모습 그대로 있는 정말 좀 옛스러운 동네의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수 있는 비좁은 일방통행길 골목에

내 폰을 들고 있는 아줌마가 나와있었고

나는 미처 택시에서 내릴만한 공간도 없어 

차 안에서 창문을 내려 폰을 돌려받고 그대로 지나가게 되었다.

다소 벙쪄 있었던 그 아줌마의 표정이 기억 난다.

내 폰을 주운 택시기사가 굳이 자신의 누나 집에 바로 폰을 주고 간 것이 지금도 미스테리이다.

주웠으면 가지고 있다가 전화가 오면 만나서 주면 될텐데,

아마도 내게 돌려주지 않으려고 일단 그 잠깐의 시간 동안에 누나에게 맡긴 것이고,

누나는 미처 대처하기도 전에 내 전화를 얼결에 받고 얼떨떨하게 돌려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어쨌건 최신 아이폰3 스마트폰을 잃어버렸다가 다시 찾은 것도 기적이 분명하다.

 

3.

휴가철 해외여행을 떠나는 중에,

여행기간 동안 틈틈이 들을 음악들을 가득 담은 코원 mp3 플레이어 4G 제품을

출발하는 비행기 기내 좌석에 놓고 내렸고 이것은 잃어버렸다.

이 기기로 음악을 듣다가 기내 영화, 음악 등을 보느라,

좌석에 놔두었던 것이 깜박 잊어버리게 되었다.

산지 얼마 안되는 당시 십몇만원 하는 엠피쓰리플레이어였고,

심혈을 기울인 선곡이었던 터라, 그 어떤 분실보다 아쉬움이 컸다.

이 것은 숙소에 도착하고서야 분실 사실을 대략 알았고,

이미 어떻게 할 수가 없는 상황이어서 그냥 포기했었다.

 

그러고보니, 잃어버리면 번거로울 - 정말 중요한 것은 꼭 되찾았는데,

이제는 해가 갈수록 내 기억이 예전의 나와 점점 멀어질까봐 염려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메모하는 습관을 다시 길들여야겠다.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지레 겁먹기  (0) 2015.11.26
어둔 흐린 하늘 light에 열광  (0) 2015.11.23
블랙아웃 Blackout, 분실의 기억  (0) 2015.11.22
동전 혹은 지폐 줍기는 이제 그만  (0) 2015.11.21
오른손 엄지손가락 통증이 웬말  (0) 2015.11.17
도촌동 방문기  (0) 2015.11.13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