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1.21.
동전 혹은 지폐 줍기는 이제 그만

 

길을 걷다가 아스팔트, 보도블럭 바닥에 떨어져있는 돈을 주운 적이 몇 번 있다.

10원

50원

100원

500원

예전엔 이런 동전들은 그냥 주워서 썼던 것도 같다.

 

그런데 언젠가부터는

웬지 이것이 얼마건 간에 아무리 단위가 작은 돈이더라도

어떤 누군가가 떨어뜨린 것인지 알 수 없으니 청결하지 않기도 하고,

혹시라도 운이 나빠 뭔가 문제에 휘말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

보더라도 줍지는 않기로 했다.

 

그 언젠가는 아마도 두달 전 쯤일 것이다.

3층 사무실을 엘리베이터가 아닌 계단으로 주로 오가는 편인데,

두달 전 쯤, 중간 2층 계단 쯤에서 5만원권 지폐를 주웠다.

이런 큰 돈은 처음이었다.

아무도 없었고, 계단에 CCTV 같은 것도 없다.

양심상 바로 건물 관리실 아저씨에게 전달했다.

그리고 2층 계단 지나는 사람이 잘 볼 수 있게

5만원 잃어버린 사람 관리실에 가보라고 친절하게 써뒀다.

그렇게 말해두니 그 아저씨도 난감해하는 듯 했다.

며칠간 사무실 들락거릴 때마다

아저씨가 일부러 아는 척을 하며

아직 5만원 찾으러 온 사람이 없다고 했다.

어쨌거나 오면 주면 되지 자꾸 나한테 보고(?)를 해서 번거롭고 불편했다.

결국 한 1~2주 지난 후 내게 하는 말이

주웠으면 그냥 본인이 쓰지, 우리한테 줘서 애매하게 갖고 있다가

아마 관리소장이 쓸 것 같다고 했다.

 

글쎄...

내가 그냥 썼어야 했을까.

10원.50원.100원.500원은 누가 잃어버려도 찾지 않을 확률이 높고

주운 사람이 좀 꺼림칙하겠지만 잔돈 필요할 때 그냥 써도 큰 죄책감은 없을 수 있겠지만,

5만원은 아무래도 좀 큰 돈이 아닐까... 것도 같은 건물 안에서 주웠다고 그냥 써버리기엔...

아무리 궁해도 그건 좀 아닌 것 같긴 했다.

가끔은 이것이 혹시 몰래카메라 같은 예능에서 일반시민을 대상으로 뭘 하는게 아닐까 생각도 해본다.

이건 좀 황당하긴 하지만...

 

오늘도 잠시 들린 다른 동네에서 볼 일을 보고

다시 차로 돌아온 순간,

뒤 트렁크 밑에 천원짜리가 선명하게 떨어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천원짜리는 처음인 것 같다. 

차라리 사진 찍을 시간에 얼른 줍는 것이 더 나았을지도 모르겠다.

 

왜 꼭 이런 애매한 순간에는 대낮에도 주변에 인기척이 없는 것일까.

내 차 바로 뒤에 떨어져있으니 내가 방금 떨어뜨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주울까 하고

쓸데없이 또 잠깐 고민을 해봤지만,

길바닥에 떨어져있는 동전이나 지폐를 줍는 것은

아무래도 이제 절대 그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누가 쓰다 떨어뜨렸을 지도 모르는 것을 굳이 주워서 쓴다는 것도 꺼림칙,

애매모호한 자잘한 돈을 누구 것인지 찾아주려 한다는 것도 애매모호.

 

그냥 뭐.

지나쳤다.

다른 누군가가 잘 주워서 쓰면 되지 않을까. 뭐.

이젠 어딘가 번거롭게 연루되는 일은 최대한 지양하게 된다.

그냥 그렇게 변화?변질되는 것 같다.

 

오늘 하늘은 유난히도 맑다. ㅋ

 

'daily'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둔 흐린 하늘 light에 열광  (0) 2015.11.23
블랙아웃 Blackout, 분실의 기억  (0) 2015.11.22
오른손 엄지손가락 통증이 웬말  (0) 2015.11.17
도촌동 방문기  (0) 2015.11.13
진상고객 되기 참 쉽다, 진상 뜻 ?  (0) 2015.11.06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