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4.07

빗물 젖은 벚꽃잎 한 장

 

밤새 비가 좀 내렸었나보다.

축축하지만 보다 신선한 바깥공기와 적당히 젖은 아스팔트 보도블럭이

오늘 하루가 대충 어떻게 흘러가리라 이끌어주는 것 같았다.

유난히 좋아하는 비오기 전후의 비 안내리는 하늘 땅.

이들 때문에 기분은 살짝 up!된 듯도 했다.

 

시동 걸기 직전 - 전면 유리창에도 빗방울이 와 부딪힌 흔적이 가득했다.

다만 오랜만에 직접적으로 마주 한, 익숙한 꽃잎 한 장이 바로 내 눈 앞에 자리잡고 앉아 반가웠던가.

평소 같으면 딱히 쳐다보지도 않고 아무 생각없이 바로 와이퍼로 치웠을 것을,

오늘따라 괜시리 감정이입이 절로 되었다.

비가 왔으니까, 날이 궂으니까, 기분좋은 아침이니까, 그래서 조금 여유를 부려본다.

 

 

이리저리 각도를 틀어 오롯이 이놈만을 잡아주기로 마음 먹었다.

전후좌우의 다른 차량이나 주변 아파트들이 절대 드러나지 않게

최대한 사선으로 눕힌 폰을 하늘로 향해본다.

전면 유리에게는 미안하지만, 니가 오늘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는 명품조연이구나.

 

 

대체, 갑자기, 왜. 이 아침에. 이 벚꽃잎 한 장이. 이토록 안쓰러울까.

최근 일이주일 전국 절정의 인파를 맞이하며 흐드러지게 자태를 뽐내더만,

지난 밤 젖은 하늘이 기습적으로 내뿜은 이 짧고 굵은 빗방울들로 인해 홀로이 외로이 처량하게.

하필이면 나같은 인간의 차량 전면유리에서 더이상 움직이지 못한 채 혼절.

그래도 오늘은 차라리 나은거라고 다독여주었다.

이 험난한 세상에 다녀갔다는 흔적이라도 남겨줄 수 있는 잠깐의 여유가 있었기에.

 

 

최대한 마지막 모습 그대로,

최대한 그 어떤 불순한 다른 것들과 섞이지 않고 순수하게,

그렇게 본연의 모습으로 습기 가득찬 흐리고 어둔 아침 하늘과 이름모를 동네나무와 함께.

 

 

그리고는 메인 도로로 나서기 전 동네 단지 內 약 300m를,

이 놈과 빗방울들 가득 뒤엉킨 전면 유리 그대로 유지하여 함께 해주었다.

시야가 조금 불편하여, 운전이 잠시 소심해졌을지언정 그렇게 조금 더 함께.

그리고 마침내 굿바이...

 

이런 내가 갑자기 무서워졌다. 오늘 정말 제대로 요상한 걸...?

어쩌면 말이지, 이놈이 웬지 나 같아서 괜히 마음이 더 쓰였는가 모르겠다.

그런 핑계로 그렇게 변명 해본다.

어디에 있다가 어디서 어떻게 날라왔을지,

그리고 왜 하필 이 동네 내 차에 머물러 내게 아침인사를 해주었는지,

그저 문득 쓸데없이 과한 생각들로 가득 찬 내 머릿속 뒤죽박죽에

나 역시도 I don't know myself. ㅋㅋ 오늘은 웬지 재미있는 일이 생길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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