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22

어색한 펜글씨 손글씨 놓지 않기.

 

현재 메모로 이용 중인 스마트폰과 노트북에 갑자기 싫증이 났다.
양 엄지 터치로 작은 화면에 써내려가는 것 & 키보드 타이핑을 통한 저장.
이는 전원이 없으면 허무하게도 말짱 도루묵이다.
Turn On을 하지않으면 그 어떤 기록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갑갑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2~3년간 크고작은 일상 대소사 계획을 기록해온 폰 메모 앱이
동기화 오류로 1년 전에 날라간 적이 있다. 참으로 허무해서 한동안 멍했던 기억.

 

요즘 다시 그때의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현재 사용 중인 이 노트북PC가 몇개월 전부터 한번씩
블루스크린이 나오거나 사용 중 먹통을 번갈아하고 있다.
AS센터에 가져갔더니 하드불량이라 10만원인가 주고 하드를 일단 교체해야된다고 하는데,
그런다고 해도 이 노트북이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지는 못한다고 했다. 하드교체하고 아마 얼마 안있어 다른 것도 교체해야될지도 모른다고 했다.
일단 사용할 수 있을 때까지 사용하자 생각하고 그냥 다시 가져왔다.
그리고 점점 이 노트북이 부팅하는데 드는 시간, 사용 중 간간히 먹통 중에

다시 멀쩡해지는 시간들로 인해 모든 업무와 일상이 더뎌졌다.

덕분에 점점 더 프렌즈팝.애니팡2.젤리스플래쉬에 다시 깊숙히 빠져들고 있다.

이놈의 노트북이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에
일단 지금은 외장하드에 모든 파일을 옮겨두고 이용 중이다.

 

그리하여 절대 실수로 날아가면 안될 기록은 직접 손글씨로 써서 남겨두자 생각,
A4 반 사이즈의 색색가지 노트공책 10권을 구입해뒀다.
굳이 10권을 구입한 이유는 일상 카테고리별로 정리를 하려는 때문이다.
점점 가물거리는 기억력과 깜박깜박 건망증 때문에 꼭 필요해진 까닭이다.

그리고 몇 주. 오히려 노트공책에도 폰에도 PC에도 기록한 일상이 거의 없다.
폰orPC에 뭔가를 기록하려다가 노트공책에 쓸텐데 뭐 하며 제꼈고,
노트공책에 쓰려니 틀리고 지워야되면 번거로워 머릿 속에 생각을 정리하다가 피곤하여 미뤘다.
오히려 내 속의 게으름에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버렸다.

 

나날이 먹통 정도가 심해지는 노트북 덕분에
오늘 드디어 한두페이지 정도 분량의 노트공책에 빽빽히 기록을 시작했는데,
내가 쓴 내 글자들이 너무도 어색했다.
글씨는 개판이요, 이거 조금 쓰고 오른팔은 어찌나 뻑뻑하게 힘든지.
대체 과거에 그 수많은 노트공책들에 써내려가던 팔힘은 온데간데없이
이렇게 부실한 몸뚱아리만 남았나보다.

 

100% 손글씨 기록으로 돌아가기에는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 의지박약...
앞으로 이 electronics 기기들은 더 발전하고 넘쳐날 것이 분명하기에 계속 익숙해야 하나보다.
하긴 간단한 터치나 타이핑만으로 손쉽게 많은 일을 할 수 있으니 대단하긴 하다.
태어날 때부터 이런 기기들이 판을 치는 세상이었다면 이런 고민 생각 따위 안했을텐데,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넘어오는 그 혼란 속에 이도저도 속하지 못하는 잉여가 되버린 것 같다.

이제는 익숙하지만 웬지 문득문득 정이 안가는 스마트폰과 노트북.
한번씩 그립지만 손이 많이 가는 아날로그 문화들.
적절하게 혼용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더 효율적인 것들을 찾아나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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