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30.

싸이월드 백업센터  

 

각 포털별 개설 가능한 최대치의 이메일 아이디를 보유해가고 있는 관리 안되는 산만한 내게,
2015년 9월 30일 늦은 오후 문득 네이버 인기 검색어 1위를 달리고 있는
"싸이월드 백업"이라는 단어 조합은
뒷통수를 크게 얻어맞은 듯한 먹먹함을 주었다.
띵하고 어지럽다. 몰랐었다.


몇개월 전에 해킹시도 위험이 있는 네이트 비번을 겨우 찾아
한번 들어가 본 이후 발길조차 눈길조차 주지않았던 싸이월드.

어떠한 미니홈피 블로그 SNS건 간에
늘 늦지않게 때로는 빠르게 움직여 계정(만)을 만들어가던 내게,
싸이월드와의 추억과 기억은 참으로 특별한 것이었고, 영원히 그러할 것이다.


그럼에도 새로운 플랫폼의 블로그들과 SNS들에게 현혹되어
그쪽에서 남들 발뒷꿈치라도 따라갈 요량으로 허우적대고 있던 시간들 속에
이제는 대부분 비공개로 돌려놓았으나 여전히 애틋한,
10여년 전의 내 모든 추억과 기억과 아픔들로 가득한
싸이월드가 처절하게 방치되있었다.

 

오늘 몇시간 뒤까지 방명록, 일촌평, 그리고 쪽지들이 사라진다고 한다.
최근 몇주간 지가 할 수 있는 최대한 느려터진 속도로 창들을 열어주는
이 망할 노트북으로 부랴부랴... 나는 오랜만에 direct로 싸이월드 로그인을 시도했다.
그러나 막상 급히 로그인을 하려니, 싸이월드 자체의 접속 아이디와 비번은 전혀 떠오르지 않았고,

결국 네이트로 접속하여 우회적으로 싸이월드를 열었다.

다른 곳에서는 간편하기 그지없는 아이디와 비번 찾기가 실패하는 이유는,,,
참으로 웃기게도...
과거 2002.12.18 02:57에 가입했던 내 이름은 실명이 아니고,
내 생년또한 십년 어리게 설정하여 가입을 했던 터라
전혀 아이디비번 찾기가 불가능한 때문이다.
그래, 그때는 그게 가능했었다. 그런 시절이었다.

 

쥬크박스에 있는 총 258곡의 음악들만으로도
당시의 내가 얼마나 다양한 음악에 심취해있었던가 되돌아볼 수 있는
한없이 아득하고 아련한 행복한 시간들이었다.

가장 열심히 숨쉬었던 꽉찬 시간들...
텍스트갤러리에 심취했었고,
여과없이 주절대는, 대부분 거칠었으나 때로는 감성 쩔은 넋두리였던
손에 꼽을 정도의 몇몇 인원과의 커뮤니케이션.
그때 이후 현재 대부분은 더이상 소통하지 않는다.
특별한 원인이나 이유도 없이 자연스럽게 그렇게 멀어져들 간다.

 

2014년 7월 이십몇일의 갑작스런 사고로부터 2014년 8월 4일의 비통한 굿바이 행렬이
내 싸이월드 속 삶에서의 가장 큰 기억이다. 짧고 굵은 오랜만의 만남,

그리고 직접 지어주신 일촌명으로 일촌이 된지 채 보름도 안되었던 강렬한 그 기간.
아마도 내게 있어 싸이월드는, 그로인해...
짧지만 커다란 행복감과 길고도 깊은 슬픔과 아픔의 기억이
늘 공존하기에 더더욱 애틋했고 영원히 애틋할 것이다.

 

네이버블로그.다음블로그.페이스북.트위터.카카오톡...
그리고 다가올 그 어떤 미래의 소통채널로도 싸이월드의 빈자리는 채워지지않을 것이

다. 지금의 나는 뭐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았던 꿈많던 어린 시절의 내가 더이상 아닐 뿐더러,

고달픈 하루하루의 삶에 찌든 중장년으로 치닫고 있는 이 괴이한 사회 속에서

이미 녹슬어 버린 쓸모없는 부속품이기 때문.

복구되기 보다는 버려지기 직전까지 조금이나마 버티려고 아득바득 애쓰고 있는 애매모호한 잉여인간.

그것이 지금의 나란 인간.

 

 

당분간 유지된다는 사진첩, 게시판, 다이어리 글들을

다시한번 찬찬히 되새김질 할만한 시간적 여유마저 사치스러운 지금의 내가 서글프지만,

아마도 일이십년 뒤에는 지금의 이 순간을 되돌아보며 지금 이 시간들을 그리워하겠지...

그렇게 나이들고 늙어가고 삶을 마감하는 것일테지.

 

이 단순한 삶의 순환 속에 한줄기 빛 같았던 싸이월드가 주었던 소중한 시간들을 조금이나마 되돌아보자니,

오늘 해야할 일 또한 몇 시간 뒤로 미루게되어 조바심이 든다.

여유로운 삶을 위한 잠시간의 휴식이라 이름짓고 싶은 오늘 이시간... 2015년 9월 30일.

다시는 오지않을 2015년의 9월. 굿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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