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2.02.

신호대기는 직진을 위한 기다림

 

누구나 그랬겠지만,

어렸을 때는 빗속에서 우산 없이도 개의치않고 비를 맞으며 잘 뛰어놀았던 것 같다.

성인이 되서 유독 어쩌다 해외여행 한 번 나가면

분위기상 그런지 몰라도 우산을 잘 안쓰고 모자를 뒤집어 쓰고 다녔던 것도 같다.

지금은 비가 오면 단 한방울이라도 안 맞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하다못해 눈이 와도 우산을 쓰고 다니는 것 같다.

 

12월 둘째날, 초겨울 임에도

매년 그래왔듯이 아직도 끝나지않은 가을비(?)가 주륵주륵 내리고 있다.

전날 마감뉴스 일기예보가 맞을 때도 있구나. 간혹 제 구실을 하는 것 같다.

유난히도 앞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거센 빗줄기 속에 한번씩 신호대기로 멈출 때면,

이제는 꽤 익숙, 아니 친숙해진 직진 후 좌회전 신호의 기다림을 미리 셈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몇 년 전에 처음 신호체계가 바뀌어 직진 후 좌회전이 얼마나 어색하고 짜증났던지...

이런 걸 보면 그냥 계속 주입시키고 교육하면 자연스럽게 몸에 배는 것이 맞긴 맞나보다.

그런 이치로 열심히 공부해왔다면 뭔가 다른 인생을 살았을까도 생각해본다.

그래도 항상 시간이 더 필요한 것 같다. 그 무엇을 하건, 늘 그런 것 같다. 유독 나에게만.

살아가면 갈수록, 집중할 수 있는 시간들이 다양한 흥미거리들로 분산되어

쓸데없는 데에 시간을 낭비해왔음을 지금에야 깨우치고 있다.

많은 관심 분야를 모두 다 아우를 수 있는 뛰어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채,

어느 정도의 노력을 기울였던 내 인생의 각 항목 항목들을 하나씩 포기하고 삭제해야 하는 시점.

이미 온 것인가, 역시나 지레 겁먹은 것인가 판단불가이다.

 

거센 빗속 운전 중에 항상 나를 자극하는

빨간 정지신호, 그리고 초록 직진 신호.

 

 

 

 

 

매번.

화창한 데이타임도 아니고,

차량과 건물 네온사인들이 뒤죽박죽되어 내 눈을 혹사시키는 야간타임도 아니며,

오로지 눈비가 소용돌이치는 어둡고 우울한 하늘 흐린 시야 속 신호들이 유독 빛난다.

 

고민 중인 어떤 개인적인 혹은 업무적인 사안들과 우울한 하늘 신호가 만나면,

내게 이래라 저래라 지시를 해주는 것 같이 느껴진다. 그 만큼 믿고 의지할 구석이 없나보다.

어차피 지인이나 가족들에게 고민을 토로해봤자 최종 결정자는 결국 나이기 때문이다.

 

늘 같은 길은 지겹고 심심하다.

지루하지 않기 위한 충동적인 우회, 급작스런 직진 와중에,

RED SIGN STOP은 시스템상 직진 전후로 찾아온다.

도통 앞이 보이지 않고 나아가지 않는 꽉막힌 도로라 해도 언젠가는 뚫린다.

한 번에 교차로를 지나지 못해도 몇번의 신호대기만 기다리면 된다.

앞으로 내 모든 정체된 인생의 항목들도 이 지루한 점멸 상태에서 좀 벗어나면 좋겠다.

영원히 해결되지 못할, 영원히 마무리 되지 못할 그런 신호는 나를 비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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