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3.15

이력서 사진 첨부는 타당한가

 

사회초년생으로서 첫 이력서를 작성할 때는
해당 회사가 요구하는 각 항목들을
그 어느 때보다 꼼꼼히 준비해
심혈을 기울여 작성하기 마련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회사에서 요구하는 "사진 부착 필수"에 따라

아무런 반항이나 저항없이 당연히 사진도 부착하게 된다.

 

뭐 하나라도 누락되지 않도록 애쓰는 모든 항목 중에

이력서의 첫인상을 좌우한다는 이력서 사진은 당락의 중요한 열쇠가 되기도 한다.

그리하여, 그렇게 중요한 이력서 사진 첨부 방법과 그에 관한 경험을 끄적여보기도 했다.

☞ [참조] 이력서 사진 첨부 방법 자세히

☞ [참조] 이력서 사진 첨부 관련

 

내 경우에는, 이후 대리 과장급~ 이상이 되면서는

"특별히 입사지원서 양식이 있어 사진을 부착해야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개인적으로 만들어 제출한 자유양식의 이력서에는 사진 부착을 하지 않았다.(아예 칸이 없음)

그래도 내 경력이 맘에 들어 나를 부르는 곳에 가서 면접도 임하고 이직도 했었다.

그래서 오히려 사진 준비에 심혈을 기울일 시간에 경력관리와 경력기술에 노력을 더했던 것 같다.

 

반면, 사진 부착을 했더니, 내 인상이 통과되지 못해 면접도 가보지 못한 회사도 분명 있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외모는 보는 사람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라서 내 스스로 내 외모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사진상의 나는 어떤 회사의 기준치에는 도달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냥 자연스럽게 드는 생각일 뿐이다.

 

개인적인 jobbing 구직활동을 틈틈이 이직할 때마다 정말 길고 오래도 했었다.

주요 직무가 마케팅/홍보이다보니, 스스로 범위를 확장해 업종변경을 매번 희망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노력한 만큼 어떻게든 신기한 업종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다양하게 가질 수 있었다.

동일업종 동일직무로는 어느 정도 경력자가 되면 선후배 지인을 통해 이직할 수 있는 기회가 꽤 많다.

그렇게도 3번 정도 이직을 했던 것 같다.

 

아마 매번 직접 이직 시 구직활동 중 최소 1,000번 이상의 이력서를 제출했다고 생각된다.

그 중에 30% 정도 면접의 기회가 있었고, 아마도 15% 정도 최종합격했을 것이다.

이는 점차 이직이 어려워지면서 묻지마 지원까지 내던진 수치까지 모두 포함한 정도이다.

 

개인적인 구직활동의 치부(?) 혹은 아름다운 경험(?)을 굳이 드러낸 이유는,

사진과 관련한 딱 1번의 안좋은 기억과

면접 시 외모에 대한 직접적인 지적을 당한 딱 1번의 안좋은 기억에 대해 여전히 생생하기 때문이다.

 

경험 1. 사진 미부착 이력서 제출 후 요청에 의해 사진 추가 제출 후 무응답

기존에 근무하던 형태의 회사와는 전혀 다른 곳에 묻지마 지원을 했던 것 같다.

조은 커뮤니티? 첫 글자에 "ㅈ"자가 들어간 무슨 에이전시? 류의 회사였다.

늘 하던대로 사진 없는 개인이력서를 이메일로 제출했다.

제출하자마자 인사담당자가 "사진이 없네요, 사진 이미지 파일을 보내주세요"라고 메일 회신이 왔다.

이런 회신을 받는 경우는 십중팔구, 아 면접을 보게 되겠구나, 기대하게 된다.

바로 사진 jpg 이미지를 회신했다.

이후 서류결과 면접여부 등 아무런 회신을 받지 못했다.

1-2주 지나 궁금하여, 내 사진을 받아간 그 담당자 이메일로

혹시 서류전형 결과를 알 수 있나 문의하였는데, 역시 씹혔다.

 

이메일로 이력서를 제출하고 추후 1주일~한달 정도 지나 서류 결과 문의를 하면 무응답인 경우야 수도 없이 많았지만,

굳이 탈락시킬 것을 사진을 내라고 하고서 대꾸 없는 것이라 기분이 과히 좋지 않았었다.

 

내 얼굴 사진을 보고 외모가 후져 탈락시킨 것인가. 나 그렇게 후지지 않았는데 ㅋㅋ

아니면, 회사방침이 사진이 부착되야 인사담당자가 윗분들에게 검토의뢰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인가.

당시에는 소규모 회사에 근무해보고 싶어서 지원했던 기억이라, 그런 큰 회사는 전혀 아니었던 것 같은데...

어쨌건 사진 달라고 했다고 바로 사진을 보낸 것을 후회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차라리 사진 달라고 했을 때 나도 대꾸하지 말 것을.

 

그래서 상처 받지 않기 위해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아마도 이상한 회사일 것이다.(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에도 취업사기나 여자 구직자들에 대한 범죄가 많았다)

내 얼굴이 그들의 범죄행각에 필요한 수준의 화려한 외모가 아니었기에 사진을 보고 탈락시킨 것일 것이다.라고. ㅋㅋ

 

 

경험 2. 면접에서 원색적인 외모 지적

딱히 교육 업종 출신은 아닌데, 마침 커나가는 조카들을 보면서

저런 조기유학 관련한 업종에서 내가 일하면 나중에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고,

관심있는 국가 전문이라 흥미가 생겨 지원을 해봤었다.

ㄱㅇ교육, ㄱㅇ유학이라고 하는 강남 대치동 학원가의 한 학원에서 면접을 오라고했는데,

아마 원장인지 대표인지, 실권력자인지 당시 한 40대 후반 이상의 후덕하게 생긴 날카로운 여자 아줌마와 일대일 면접 자리였다.

 

늘 그렇듯이 그들이 공고에 낸 담당업무와 실제로 할 일은 달랐다.

공고 상에는 조기유학관련 마케팅 홍보였는데,

실제 업무는 금융기관이나 중견 대기업 등에 근무하는 직원자녀들을 해외유학캠프로 유입시키는 상품을 기획해서

기업체에 직접 영업하고 프리젠테이션 하며 법인영업하여 유치하라는 것이었다.ㅋㅋ

 

그 분야 출신이 아니라, 또 속아서 면접을 온 것인가보다, 오늘도 공쳤구나...하며

그 설명을 듣고 있는 중에 이런 질문들이 훅 들어왔다.

 

- 성격은 어때요, 이런 일 할 수 있겠어요? 혼자 알아서 일을 다 따와야 하는데?

   > 네, 뭐 원래 하던 일이 마케팅이니 그 연장선상에 있는 일이라 잘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나의 면접에 임하는 자세 특징은, 일단은 다 할 수 있다고 하는 편이다. 면접 중에는 최대한 당당하게.

        이후 채용이 확정되거나 다음 면접을 보게된다면 그 때에 계속 진행 여부를 고민하여 결정한다.)

 

- 원래 옷차림이 그런가요? 치마는 안 입고 다니나요?

   이 일은 관공서나 금융기관 나이 든 아저씨들이 많아서 좀 화사하게 하고 다녀야 하는데.

   > 제 옷차림이 왜요? 상황에 따라 옷차림은 다양하고, 치마도 잘 입습니다.

       (그런 질문은 처음이었다. 나는 면접 때 치마를 잘 입는 여자는 아니지만 다소 황당했다)

 

- 원래 평소에도 화장은 거의 안하고 그러고 다니나요? 지금 맨얼굴 아닌가요? 화장은 좀더 해야될 것 같은데?

   > 네? 화장한 건데요, 안한 것처럼 보이나요?

       (살다살다 지금까지 평생 면접장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들은 불쾌한 말이었다.

        아주 진하게 하는 스타일도 아니고, 분명히 기본적인 예의를 갖춰 준비하였는데,

        연예인 화장이라도 하라는 건지 황당 그 자체였다.)

 

그리고... 마침내... 정말 뜬금없이

이날 면접관 아줌마가 내게 한, 전무후무한 변태같은 질문.

 

- 이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데, 혹시 취향이 남들과 다른가요?

   > 무슨 말씀이신지...

 

- 아니, 성적인 취향 말이에요, 이성보다 동성을 좋아한다던가 그런가요?

   >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요? 아닌데요.

 

- 화장도 거의 안하고 머리도 짧고(그때 머리가 단발이었다),

   면접에 치마도 안입고 오고 아직 미혼이라 궁금해서 물어봤어요. 아니면 됐어요.

    (그때 30 초중반이었다. 게다가 나는 평생 동안인데,,, 억울하다.)

 

 

너무 황당해서 멍해졌다.

그간 못해도 100번 이상은 다녔을 면접장에서 아무런 문제도 없이 지적도 받은 적 없었던

나름대로 늘 해오던 면접장 복장으로 준비해서 갔는데,

병적인 질문을 하는 이상한 아줌마의 이상한 편견에 놀아난 것이다.

(아줌마의 편견: 여자인데 머리가 길지않고, 화장을 (자기 생각엔 충분히) 안했고, 바지를 입었고, 30초중반에 아직 미혼이다 = 동성애자?)

그때의 충격은 지금도 가시지않고 지속되고 있다.

녹음이라도 했으면 바로 고소라도 했을텐데... 아쉽다.

 

이 아줌마가, 이회사가 희망하는 인재는

화장이 진하고 화사한 치마를 입고, 나이 30이 넘었다면 반드시 기혼자로서,

아저씨들에게 영업을 잘해서 일을 따올 수 있는 얼굴 마담이었던가?

저런 사람이 어린 아이들의 조기유학을 돕는 교육회사의 실권자로 있다니 기가 찰 노릇이었다.

외모에 대한 그릇된 편견을 아직 자아가 형성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얼마나 주입시킬 것인가.

 

영영 잊어버리고 싶은 유일무이하게 추악한 면접의 기억이다.

 

 


 

과거 구직활동의 불쾌하고 황당한 기억때문에 욱하느라 쓸데없는 말이 길어졌다.

세상에 별별일은 많다. 다만 시간이 갈수록 다 기억해내지 못해서 좋은 기억만으로 지금도 잘 살아가고 있을 뿐이다.

 

그러면 과연, 이력서 사진 첨부는 타당한가

 

 

이제와 드는 생각은...

이것 역시 연령차별금지법, 우대사항으로 우회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이력서 사진 부착으로 외모지상주의를 거드는 고용차별은

법적으로 금지해야한다는 채용법 개정안 등의 법안은

잊을만하면 한번씩 어떤 의원에 의해 발의되기는 한다.

[기사 참조] '금수저' 구분하는 서류부터 없애자고 나선 한·정·애

 

그러나, 딱히 법안 통과 여부에 관심이 가지 않는건 사실이다.

어차피, 채용을 하는 기업체에서 사진이 필요하면 요구할 것이고,

정의감에 불타는 도덕적(?)인 지원자를 제외하고는

취업을 하고자 하는 구직자들은 대부분 회사가 요구하는 모든 것을 제출할 것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법으로 금지되있어도.

 

저 회사가 법으로 금지된 사진을 이력서에 함께 제출하라고 했다!고 신고할 것인가,

아니면, 내라는 것 다 내고 마침내 취업을 할 것인가.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하지 않기로 했지만,

여전히 입사지원서 양식에 버젓이 공란을 만들어 주민번호 기재를 요구하는 기업체가 아직도 많다.

지금 연령차별금지법도 결국 다 같은 맥락인 것 같다.

아마도 국가기관에서 채용시에는 이러한 법령들이 적용되겠지만

일반 사기업들에서 자기네들이 급여를 주고 고용할 직원을 채용함에 있어서

각종 고용차별법이나 개인정보보호 등을 모두 숙지하여 실행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반면, 회사 입장이 되어 내가 한 기업체의 대표라면

직원 채용에 있어 이력서 사진이 반드시 부착되 있기를 희망할 것 같다.

모르긴 몰라도, 회사 입장에서도 (꼭 잘생기고 예쁜 얼굴이 아니더라도)

그들이 선호하는 분위기/스타일의 지원자들을 선별할 수 있는 권리를 주장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사진이 당락을 좌우하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고 하고 싶지는 않지만,

비슷한 경력과 스펙의 후보자 여러명 중에서 굳이 한 명을 꼽아야 한다면

분명 사진이 잘 나온/인상이 좋은 후보자로 눈이 갈 수밖에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리고, 혹시라도 약 이 법안이 통과되어 정말 사진 부착된 이력서를 요구할 수 없게 된다면,

사진 없이 1차 서류전형을 합격한 지원자 중 면접장에서 당연히 자연스럽게 외모를 조금이라도 조하게 될 것이다.

(물론 면접장소에서 외모 참조는 이력서 사진 첨부 타당 여부와는 별개의 문제이긴 하다.)

 

해외선진국에서는 직원을 고용함에 있어서

선입견과 편견을 배제하기 위해

이력서에 사진첨부나 상세한 개인정보를 담지 않고 있다고 한다.

우리는 아직 선진국이 아닌가보다, 혹은 우리만의 전통적인 채용스타일이 있는 것인가보다.

 

어쨌건 우리는 아직. 여전히. 계속하여.

취업의 1차 관문인 사진 부착 이력서의 긍정적인 첫인상을 위해.

매번 노력 중이다.

 

사진 부착 타당 여부는 구직자들에게는 논외일 수 밖에 없다.

당장의 취업이, 당장의 이직이 중요한데, 이런들 저런들 법안 발의니 뭐니 해봤자

당장 눈 앞에 있는 희망하는 기업체에 채용되는 것이 일순위일 수 밖에 없으니 요구하는 것을 최대한 모아 제출하게 된다.

그렇게 포지셔닝이 되고 숨을 돌리고서야, 비로소 눈에 보이는 것들이 이런 저런 불합리인 셈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생각을 해본다.

외모 때문에, 이력서에 부착한 사진 때문에 서류전형에서 탈락했다는 생각은

어쩌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

 

내가 회사에서 필요로 하는 적합한 스펙이나 경력을 갖추고 있다면

분명히 그 단편적인 사진 상의 외모 때문에 탈락한 것은 아닐 것이라고 믿고 싶다.

적어도 아직까지는 외모보다는 적합한 경력을 보유한 실력이 경쟁력이라고 믿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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